상공계·협력사協 "한시름 놨다…뼈깎는 구조조정 해야"

"열심히 일해서 빚을 빨리 갚아야 합니다."

정부와 채권단이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 김영보(56·영진기업 대표) 회장은 "자금지원은 모두 빚"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대우조선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 거제시민이나 경제계 등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2015년부터 본격화한 '수주 절벽' 및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거제 지역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회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돼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대우조선이 한층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고 선박 수주에 총력을 다해 회사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정부의 결정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해 정부 및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선박 신규 수주가 잘 될 것으로 믿었는데 여전히 수주 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조선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선박 건조자금 및 운영자금 부족"이라며 "국민 세금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137개 사내협력사 직원 2만1천여명과 각종 선박기자재업체 직원 10만여명의 생계가 한 순간에 무너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최근 대우조선에서 퇴사한 50대(사업)는 "사내외 협력사와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했을 때 바람직한 지원으로 거제 지역의 경기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대우조선도 임원과 현장 생산직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 김모(42)씨는 "거제 경제는 양대 조선소에 의해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대우조선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시민에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소식이나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은 이번 지원금을 똑바르게 사용하고 내부단속도 철저히 해 믿음이 가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전반적으로 자금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우조선 40대 부장급 근로자는 "대우조선이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뒤쳐지는 게 아니라 현금 유동성의 문제가 큰 만큼 이번 지원으로 경영 정상화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조기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여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경희 거제상의 회장은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자금지원 결단을 내린 데 대해 거제지역 경제인단체장으로서 깊이 감사한다"며 "대우조선이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정상궤도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대우조선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며 "인원 감축, 비핵심자산 매각, 과잉설비 매각 등을 신속히 진행해야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거제시도 대우조선 지원 결정을 적극 반겼다.

시 관계자는 "조선경기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유례없이 침체된 상황에서 시 경제의 한 축인 조선업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며 "대우조선은 LNG선과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타사에 비해 월등한 만큼 이번 조치는 국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오후 간부회의·대의원대회를 열어 논의한 후 공식 입장을 내기로 했다.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