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엔 ARS 투표 탓 경선파행…연설회 취소되기도

'공정경선'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경선초반부터 체면을 구겼다.

전국 현장 투표소 투표가 진행된 22일 개표 결과로 추정될 만한 미확인 자료가 유출돼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경선이 차질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된다는 다짐으로 이번 만큼은 '아름다운 경선'을 기대했건만 쉽지 않아 보인다.

투표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고 각 후보 진영이 진상 규명을 요구해 당이 시끌시끌해지는 모습은 5년 전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 파행과 닮은꼴이다.

당시 경선에 나선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룰을 정할 때부터 삐걱댔다.

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완전국민경선 방식이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반발해 결선투표제를 넣고서야 경선룰에 합의했다.

그러나 ARS 투표에 오류가 발견되면서 지역 순회경선은 첫 경선지역이었던 제주에서부터 파열음을 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대목은 후보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뒤 전화를 끊으면 이를 무효표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기호 1∼3번인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번호를 누르고 나서 바로 끊어서 이들의 표가 '미투표 처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호 4번인 문재인 후보 지지자는 상대적으로 전화를 끊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서 '비문'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2012년 8월 25일 첫 경선지역인 제주의 경선결과를 보니 전체 선거인단의 90.8%에 달했던 ARS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58.6%에 그쳤다.

당 대선경선기획단이 ARS에 '끝까지 듣지 않으면 미투표 처리될 수 있다'는 사전 안내멘트를 넣으라고 했는데도 당 선관위가 이를 넣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커졌다.

이 때문에 이튿날 열린 울산 지역 경선에서는 '비문' 후보들이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서 후보연설회는 하지도 못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가 모바일 투표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들은 하루 만에 경선에 복귀했지만 '아름다운 경선'은 이미 물 건너간 뒤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번에는 'ARS 전화를 중간에 끊으면 무효로 처리된다'는 멘트와 '투표가 종료됐으니 끊으셔도 좋다'는 멘트를 앞뒤로 넣기로 했는데도 현장투표 결과 유출 논란으로 그런 노력도 빛이 바래게 됐다.

더군다나 한 투표소마다 열 명 내외의 참관인이 개표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어 이런 불상사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미리 조처하지 않아 '5년 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