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이 22일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서 ‘일일 면접위원’이 돼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이 22일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서 ‘일일 면접위원’이 돼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소녀들의 눈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은행의 행원이 되려는 그들의 도전은 관찰자의 손에 땀이 배게 할 정도로 치열했다. 22일 개막한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은행 상담관이었다. 현장 채용을 진행한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상담관엔 각각 1000여명의 학생이 몰리며 고양시 킨텍스 2전시관을 열기로 가득 메웠다.

◆은행 고졸채용 최대 규모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이 직접 나와 일일 면접위원으로 활약했다. 두 명의 지원자를 평가했는데, 부천 경기국제통상고 3학년인 안주원 학생은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이 행장의 질문에 “열정을 다해 고객들에게 헌신하겠다”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학생이 취득한 자격증은 13개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잡콘서트 면접에서 20여명을 추려 최종 합격자 선발을 위한 추가 심층면접을 할 예정이다. 올해 고졸 행원 채용 규모는 30~40명 정도다.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행사장을 찾았다. 잡콘서트에 처음 와봤다는 이 행장은 “두세 시간 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 열정에 찬 학생들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난해 고졸 채용자가 없던 터라 이 행장은 상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는 “좋은 인재가 많은 데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채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경제 여건이 나아지고 잡콘서트에 더욱 다양한 기업들이 동참해 많은 학생이 좋은 직장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은행 상담관이었다. 현장 채용 면접을 하려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상담부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은행 상담관이었다. 현장 채용 면접을 하려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상담부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올해 고졸자를 가장 많이 선발할 계획(50~70명)인 국민은행 상담관에도 면접 대기인수가 하루종일 100명을 웃돌 정도로 학생들이 몰렸다. 기업은행도 올해 최대 50여명의 고졸자를 뽑을 예정이다.

◆면접위원들 “물 마실 시간도 아깝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문계고 학생과 교사들은 오랜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국민은행 면접을 본 경남 창원시 한일여고 3학년 허지윤 학생은 “면접을 위해 한 달 넘게 선생님들과 연습했다”고 했다. 수원 매향여자정보고 맹지현 학생은 “일찍 면접을 보기 위해 행사 개막 전부터 문 앞에서 기다렸다”며 “너무 긴장한 탓에 연습한 것보다 대답을 잘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큰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채용을 담당하는 은행 직원들도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두 번째로 현장채용을 하는 국민은행 인사부 직원들은 물 마실 틈도 없이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대답을 경청했다. 오택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그동안 학교장 추천을 받아 채용을 했는데 현장에서 찾아보니 더 좋은 인재도 많았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점심시간도 줄이고 교대로 식사했다”고 전했다. 남수준 KEB하나은행 인사부장은 “올해 처음으로 현장채용을 했다”며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아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잡콘서트를 경험한 뒤 은행 취업에 성공한 선배 직원들도 현장에 나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기업은행 동대문지점 이세현 계장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인성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2017 대한민국 고졸인재 Job Concert] "은행원 꿈 키워왔죠"…자격증만 13개 '똑고졸'의 당당한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