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와 고급 와인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리 가격과 리벡스 100 와인지수가 10년이 넘도록 ‘2인용 자전거’같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리벡스 100 와인지수는 판매 상위 100개의 와인 가격을 가중 평균한 것이다. 두 상품 가격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이유로 두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중국 경기 및 정책에 따라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대 구리 소비국이자 5대 와인 수입국이다. 보르도 와인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런던에 있는 고급와인 중개상 리벡스의 제임스 마일스 창업자는 “(중국의) 경기 부침과 와인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와 고급 와인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기 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시 와인 가격은 건설 경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 건설 분야는 구리의 최대 수요처이기도 하다. 마일스 창업자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경기 호황으로 건설 투자가 늘었으며 와인을 겸한 모임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두 시장 모두 바닥을 찍었다. 회복세를 이어가던 구리와 와인 가격이 다시 곤두박질친 건 2011년 말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구리 가격은 폭락했고, 같은 기간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패 척결 정책으로 와인 가격이 급락했다. 중국 수요가 큰 보르도 와인 가격 하락이 컸다. 최근 구리와 와인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와인과 원자재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분석가 세르한 세빅과 타신 세딕도 2011년 보고서에서 “와인 가격은 원유나 다른 원자재처럼 거시경제학적 충격 요소에 민감하다”고 밝혔다.

펀드나 투기 세력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니컬러스 스노든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구리 시장에 투자펀드와 투기자금이 몰려들면서 구리 가격이 상승했다”며 “이제는 개인투자자가 와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