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이 흔든 TV 시장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이 “(연 500만대 수준인) 샤프 TV 판매량을 2018년 100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작년 12월 삼성전자에 샤프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을 중단했을 때만 해도 전자업계에선 ‘허풍’이라고 봤다. 패널 단가를 올리려는 협상카드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훙하이의 전략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데이비드 허시에 선임연구원은 22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 2017’에서 “샤프의 TV 판매량이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면서 상반기 500만대를 돌파하고, 연간으로는 1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TV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17년 예상 판매 대수는 2억6700만대로 2016년(2억6500만대)과 비슷하다. 2015년(2억7400만대) 수준에도 못 미친다.

중국 시장은 더 어렵다. 중국 3대 TV 업체인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은 지난해 나란히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샤프는 늘고 있다. 궈 회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다. 허시에 연구원은 “훙하이의 매출 하락을 감수하면서 샤프 TV 판매 확대에 그룹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훙하이와 샤프는 지난해 공동으로 TV 판매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기존 가전 유통망에 대한 강력한 마케팅은 물론 부동산 개발업체까지 공략해 신축 아파트에 저가로 샤프 TV를 납품했다. 설날에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65인치 TV를 사면 55인치 TV를 끼워 주기도 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샤프의 패널 판매는 늘고 있지만 샤프 브랜드 TV를 제조하는 훙하이의 작년 매출은 3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샤프는 2020년 TV 200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TV 시장에서 샤프의 약진은 다른 업체의 판매 감소를 의미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4790만대를 판매해 세계 1위를 차지했고 LG전자(2820만대) 하이센스(1330만대)가 뒤를 이었다. 궈 회장의 야심이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