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최근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사전심사 결과 ‘등재불가’를 통보받았다. 등재권고, 보류, 반려, 등재불가 등 4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600여년간 유지됐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애초부터 잘못된 목표였다는 것이다. 유적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주위에 주거 및 상업시설이 들어선 지 오래인 한양도성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특히 메트로폴리스로 진화해온 서울시의 역사를 생각하면 방향부터 틀렸다.

한양도성을 역사도심으로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강북지역에 벌어졌던 혼란을 보면 피해가 막심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2025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대문 안 신축건물 높이를 내4산(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가운데 가장 낮은 낙산 고도에 맞춰 90m(20층)로 제한했다. 초고층 건설로 집적도를 높이는 개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또 ‘한양도성 성곽마을 조성사업’을 벌이면서는 인근 지역 개발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결국 지난 16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종로구 사직2구역·충신1·옥인1구역 등에 대해선 정비구역 직권해제 조치를 내리겠다는 결정까지 나왔다. 해당지역 주민의 재산권이나 주거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이었다. 종로 사직2구역은 시공사 선정까지 끝내놓고도 3년째 인가를 받지 못했다. 옥인1구역도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한발짝 진척도 없었다. 이 모든 게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벌어진 소동이었다.

관광자원화가 명분이었지만 서울이 순수한 관광도시일 수 없다. 도시는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 하드웨어적 발전을 통해 진화한다. ‘보존’을 내세우면서 ‘개발’을 막은 박원순 시장의 잘못된 도시관이 서울을 망칠 뻔했다. ‘세계유산 재도전’ 계획일랑 꿈도 꾸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