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대형주 장세서도 수익 낸 중소형주 많아…시장 흐름보다 '이익 증가세'가 더 중요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는 대형주 장세가 반갑지 않다. 중소형주에 무게를 두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시장의 온기를 잴 수 있는 바로미터인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4% 가까이 떨어졌다.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종목이 즐비한 대형주 시장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강세장은 남의 나라 얘기”라는 푸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골리앗이냐 다윗이냐

하지만 투자 기간을 2~3년 정도로 길게 잡고 종목들의 성과를 계산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014년부터 매년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낸 종목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300위권 밖의 소형주였다. 이 종목들 중 상당수는 대형주 장세가 심해진 올해도 꾸준히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유가증권시장 종목들의 등락률을 산출한 결과,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낸 종목은 총 89개였다. 2014년 코스피지수는 4.76% 떨어졌고 2015년, 2016년엔 각각 2.39%, 3.32% 상승했다. 89개 종목은 대부분 중소형주였다. 시가총액 100위 내 대형주는 효성이 유일했다. 이 중 올해(3월21일 종가 기준)도 주가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종목은 35개로 추려졌다.

유리병 제조회사인 금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종목에 2013년 말 1000만원을 투자해 지난 21일 종가에 팔았다면 2027만원을 남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551만원)나 SK하이닉스(292만원)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익률이다. 이렇다 할 ‘마음고생’도 없었다. 대형주들은 2015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반면 금비는 2014년 13.4%, 2015년 75.8%, 2016년 51.0% 등 매년 주가가 올랐다.

개인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보고서나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 소형주에 투자하려면 실적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4년째 상승세가 이어진 35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개 종목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동아타이어 디아이씨 티에이치엔 영화금속 동국실업 등의 자동차부품주들이 해당된다. 안정적인 공급처가 여러 곳이라는 게 이 업체들의 공통점이다. 세계 차량용 타이어 튜브 시장에서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동아타이어는 부채비율 50% 미만으로 현금성 자산이 계속 늘고 있다. 자동차 변속기 부품회사 디아이씨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어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성장성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3년간 업황에 부침이 컸던 제약업종과 철강업종에서는 각각 대원제약, 대한제강이 포함됐다. 두 회사는 매년 영업이익 규모를 불렸고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2014년부터 매년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강소기업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작지만 단단한 종목을 제대로 고르려면 업황 사이클에 따른 ‘반짝’ 수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이익을 내는 곳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낮은 부채비율과 양호한 현금흐름, 탄탄한 재무구조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곳간이 넉넉한 만큼 배당을 비롯한 주주 환원에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꾸준한 수익률을 내온 종목들이 경기회복기에 더 강한 탄력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도주의 흐름에 따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어차피 사이클은 돌고 도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이라고 말했다.

개인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와 달리 시가총액 규모에 신경을 쓰거나 장세 흐름에 따라 움직여야 할 필요가 없다. 긴 호흡으로 편안하게 중소형주를 살 수 있는 여건 면에선 펀드매니저보다 낫다는 얘기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히 외형을 키우고 있는 지투알, 대규모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신도리코,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삼영전자 등을 눈여겨볼 중소형주로 꼽았다. 정 연구원은 “강소기업 투자는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꾸준하게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며 “한번에 가진 돈을 다 쏟아붓는 것보다 관심종목에 담아놓고 조정을 받을 때마다 나눠 사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