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팔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의식해서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우선협상자(더블스타)와 우선매수청구권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채권단, 정치권, 지역 주민까지 사방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막판 여론전으로 불 붙은 금호타이어 인수전
◆고용승계 약속한 더블스타

더블스타는 21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 기존 임직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와 동반성장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지역 인재도 더 채용하기로 채권단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인수되면 국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한 해명이다.

더블스타 측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즉각적이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는 취지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중국 타이어 업계를 넘어 글로벌 영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세계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목표도 내놨다.

◆그래도 우려는 계속

업계나 정치권의 우려는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차그룹도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할 때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인수한 뒤 핵심 기술만 빼돌리고 되팔았다”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상하이차는 2004년 후마오위안 당시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며 “(고용보장 등) 약속사항을 잘 지켜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국내에선 대표적인 ‘잘못된 매각 사례’로 남았다.

더블스타 규모나 인지도가 금호타이어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금호타이어의 장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 허용’ 고심

매각 최대 변수로 꼽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당초 지난 20일 박 회장이 개인 자격이 아니라 컨소시엄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을 허용할지에 대해 채권단과 논의해 22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논의 일정을 미뤘다.

산업은행은 “내부 사정상 일정이 연기됐다”며 “늦어도 22일까지는 부의(채권단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부의 결과에 부담을 느낀 산업은행이 다른 채권은행에 ‘물밑 작업’을 하느라 일정을 미룬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총 9개 금융회사로 구성돼 있다. 채권 비율 75% 이상이 허락하면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채권단 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산업은행은 법정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지 않으면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더블스타가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조합도 변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9~20일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임금 2.5% 인상 등)을 부결했다. 일각에선 노조 문제가 부각되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지은/김일규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