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초월하는 춤 보여줄게요"
다음달 5~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돈키호테’ 공연 주역 명단에 입단 4개월차 발레리노가 포함됐다. 그것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개막 공연에서 UBC 간판 수석무용수 황혜민의 파트너로 춤을 춘다. 몽골인 발레리노 간토지 오콤비얀바(27·사진) 얘기다.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그는 지난 1월 UBC에 솔리스트로 입단했다. 연습이 한창인 오콤비얀바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대라 무척 두근거립니다. 한국 발레계 스타인 황혜민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정말 기쁘고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오콤비얀바는 무용수를 꿈꿨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열 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처음엔 축구를 하는 또래 친구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점점 춤에 재미를 붙여 무용수로 진로를 정했다. 2008년 ‘유스 아메리카 발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뒤 미국 잉글리시내셔널발레 아카데미를 장학생으로 수료했고,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에서 10년간 활동했다.

“예전부터 한국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2011년부터 콩쿠르 참석차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고, 외국 콩쿠르에서 김기민 등 한국 무용수를 여럿 만나 친숙했거든요. 하지만 외국 발레단과 어떻게 오디션을 잡아야 할지 몰라 계속 한 발레단에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콩쿠르에 참여한 게 한국행 계기가 됐다. 몽골인 발레리노 출신으로 당시 심사위원을 맡은 우드발 바트에르덴이 그에게 UBC 관계자를 소개했다. 이원국 이원국발레단 단장도 이때 만났다.

“그땐 허리 부상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어요. 하지만 그 인연으로 지난해 12월 한국을 다시 찾았어요. 이원국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 객원무용수로 초청받아 공연했죠. UBC의 ‘호두까기 인형’도 관람했습니다. 객석에 앉아 있는데 당장에라도 무대로 뛰어 올라가 내 춤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이후 적극적으로 발레단과 연락을 시도했고, 생애 첫 해외 오디션에서 합격했습니다.”

그는 요즘 ‘기러기 아빠’로 산다. 부인과 아이들은 몽골에 남았다. “가족이 그립지만 한국행은 제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발레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좋은 무용수가 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엔 수준 높은 무용수가 많고, 발레단의 지원 시스템도 뛰어나거든요. UBC에 오니 자체 체육시설이 있고, 단원 전담 물리치료사도 상주하더군요. 몽골에선 국립발레단도 누리지 못한 호사라 놀랐죠.”

문화나 언어 차이로 인해 불편한 점은 없을까. 그는 “발레 몸짓은 어느 나라나 같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UBC 단원의 30%가량이 외국인이다. 단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돕는 분위기라고 했다.

UBC 관계자는 오콤비얀바의 특징으로 깔끔한 도약과 회전, 시원스런 팔 동작을 꼽았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열정적인 춤 장면이 많은 ‘돈키호테’ 주역을 맡기에 적격이라는 얘기다. 오콤비얀바는 “한국 관객에게 인사할 날이 기다려진다”며 “몽골을 대표하는 무용수라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