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미 외교장관 '초짜' 논란
외교관은 외교 상대국의 중요도를 순위로 매기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외교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서다. 외교·안보적으로는 A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B국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더욱이 A국과 B국 사이가 좋지 않다면 외교 순위를 A→B국 순으로 매기는 것은 삼갈 일이다.
결과보다 배경과 과정에 더 주목하는 게 외교다. 외교관은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미칠 파장까지를 감안하기 때문에 ‘외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그런 면에서 틸러슨은 적어도 외교의 기본을 놓쳤다.
취임한 지 6주밖에 안 된 기업인 출신의 ‘초짜 외교장관’이라는 점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단어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는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의 뒤늦은 해명이 그걸 뒷받침했다.
전문 외교관인 윤병세 외교장관도 2013년 2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외교 상대국 우선순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명기했다가 ‘치도곤’을 당한 적 있다. 그 후 4년이 지났으나 윤 장관 역시 ‘초짜 외교’ 논란에 휩싸여 있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면서 “전날 한국에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쪽에서 만찬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단순한 의사소통 결함이라고 치부해도 양측의 손바닥이 딱딱 맞지 않은 모습으로 비친 것은 문제다.
“한국 정부에 리더가 없으니 전반적으로 군기가 빠진 게 아니냐.” 워싱턴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비아냥은 가볍지 않게 들렸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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