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는 잊어라…이젠 하이라이트 !"
"비스트는 잊어라…이젠 하이라이트 !"
“우리도 ‘비스트’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전 소속사)와 얘기를 좀 더 나누면 비스트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팬들이 사랑해주신 것은 비스트라는 이름이 아니라 저희 멤버 다섯 명이니까 마음을 굳게 먹고 독립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팬 쇼케이스를 앞두고 만난 ‘하이라이트’(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용준형 양요섭 윤두준 손동운 이기광)는 이렇게 말했다. 데뷔 9년차 보이그룹 비스트가 팀 이름을 하이라이트로 바꾸고 이날 새 음반 ‘캔 유 필 잇(CAN YOU FEEL IT)?’을 발매하며 새 출발에 나섰다.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지난해 10월 큐브와의 전속 계약이 만료되자 전원이 큐브를 나왔다. 이어 지난해 12월 독립 기획사 ‘어라운드 어스’를 설립해 독자 노선을 택했다. 새 기획사, 새 이름으로 내놓은 이번 신보는 하이라이트의 데뷔 음반과도 같다.

“‘데뷔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쇼케이스를 여는 게 2009년 비스트 데뷔 때 이후 처음입니다. 감회가 새롭고 설레요. 그러면서도 다시 시작한다는 게 실감 나고 긴장됩니다.”(리더 윤두준)

그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비스트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큐브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큐브는 지난해 ‘비스트(BEAST)’라는 이름에 대해 음원, 광고, 가수공연업 등으로 상표등록을 마쳤다. 이 때문에 하이라이트는 2026년까지 큐브와의 협의 없이 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이라이트는 비스트를 사용하기 위해 큐브와 협상 중이라고 했지만 지난달 큐브가 비스트라는 이름의 3인조 보이그룹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결렬됐다.

“큐브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하이라이트로 재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도 큐브예요.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서로 도우며 활동하기로 약속했습니다.”(이기광)

하이라이트는 이제 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직접 선택하고 결정한다. 양요섭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멤버와 회사 식구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성공적이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어라운드 어스’라는 회사 이름도 멤버들이 직접 지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라는 뜻으로, 멤버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우연일까. 하이라이트는 비스트로 지난해 7월 발표한 마지막 음반의 타이틀이다. 손동운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의 2막이 시작됐는데 앞으로의 활동도 하이라이트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 바람대로 시작부터 하이라이트의 연속이다. 새 음반 정식 발매에 앞서 13일 먼저 공개한 ‘아름답다’가 주요 음원 차트 세 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일 발매된 신보 타이틀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역시 공개 직후 세 곳에서 정상에 올랐다. 두 곡 모두 멤버 용준형이 작곡했다. 용준형은 “‘아름답다’는 이별 후 지나간 추억을 아름답게 기억한다는 내용의 발라드곡인데 비스트로 팬들과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며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는 요즘 힘든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말했다.

손예지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