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펭귄, 먹이 풍부할때만 새끼 '연장양육'

펭귄도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자란 이후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에게 얹혀 살며 의식주를 의존하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하지만 사실 캥거루도 새끼 때는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다 어른이 되면 독립한다.

야생 동물의 세계에서 다 자란 자식을 일정 기간 더 양육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바다조류 중에선 쇠바다제비, 슴새, 펭귄만 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지구 상의 18종 펭귄 중에서도 북극과 인근 섬에 사는 '젠투'(Gentoo) 펭귄만 이런 연장양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은 새끼의 날개가 다 자라 성년이 된 이후 약 12일 동안 더 양육하는데 먹이사냥법을 배울 시간을 주려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21일 미국 국립지리학회의 자연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 생물학과 디 보어스마 교수팀은 갈라파고스제도 펭귄의 경우 이런 연장양육 기간이 꽤 길며 정상적 생태의 일부라고 학계에 보고했다.

40년 가깝게 펭귄을 연구해온 보어스마 교수는 갈라파고스 펭귄 새끼들이 때로 다 자라난 뒤에도 어미의 둥지를 떠나지 않고 맴돌며 부모가 사냥해온 먹이를 달라고 어린 새끼 때처럼 울어대는 모습을 발견했다.

부모 펭귄은 부리에 있던 먹이를 그대로, 또는 삼켰던 물고기를 되뱉어 성년이 된 새끼에게 먹여주는 모습 등이 관찰됐다.

다만 다 큰 자식에게 부모가 먹이를 주는 경우는 3가지 조건이 맞을 때에만 이뤄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먹이를 주는 일이 부모 펭귄에게 해롭지 않고 털갈이 시기가 아닐 때, 영역 인근에 먹이가 있을 때, 새끼가 영역 밖으로 흩어져 독립하기 이전 시기에 부모의 둥지 주변에 아직 머물러 있을 때에만 돌봤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주변에 먹이가 없는 '흉년'일 경우 이런 연장양육은 물론 알과 어린 새끼도 보호하지 않아 부모 펭귄만 살아남는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는 적도에 위치해 평소엔 먹이가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6년 주기로 태평양 해수면 기온이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 때엔 먹이가 줄어드는 등 어려운 환경이 된다.

1971, 1982, 1997년 엘니뇨 때엔 갈라파고스 펭귄 수가 절반씩으로 줄었으며 현재는 2천마리 정도밖에 없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보어스마 교수는 이곳 펭귄의 40%는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이라면서 지구 기후변화로 해수면 기온이 상승하고 엘니뇨가 더 잦아지며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윌슨 조류학 저널'에[http://www.bioone.org/doi/full/10.1676/1559-4491-129.1.186]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