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창서 두 화면 웹서핑…크롬 만큼 빠른 '웨일'
네이버는 지난 14일 웹브라우저 ‘웨일’을 선보였다.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강자들이 장악한 웹브라우저 시장에 내민 도전장이었다. 직접 써본 웨일은 여러 창이나 탭을 띄우지 않고도 동시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옴니태스킹’이나 인터넷 서핑을 통해 발견한 좋은 글을 자동으로 스크랩해주는 ‘밸리’ 기능이 돋보였다. 속도나 메모리 사용량 등 핵심 기능 측면에서 크롬과 큰 차이가 없었다. 번역이나 클라우드 등 부가서비스를 네이버 자체 프로그램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단점으로 꼽혔다.

◆속도·메모리, 크롬과 비슷

지난해 MS를 제치고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 1위에 오른 구글 크롬의 장점은 빠른 로딩 속도다. 한 브라우저 속도 측정 사이트에서 비교 실험한 결과 샘플 페이지를 모두 내려받는 데 걸린 시간은 각각 27초와 33초로 웨일이 크롬보다 조금 빨랐다. 다만 탭이나 페이지 수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두 브라우저 모두 로딩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웨일은 크롬의 오픈 소스 웹엔진인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속도나 메모리 사용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웨일은 크롬과 달리 현재 쓰지 않는 탭의 메모리 할당량을 작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기 때문에 메모리 관리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금융거래나 정부 민원 처리 등에서 공인인증서를 써야 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IE에만 제공하는 플러그인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다만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IE 전용 사이트를 위한 플러그인 호환 모드로 작동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웨일의 제한된 기능만 쓸 수 있다’는 등 사용자 불안을 자극하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다양한 편의 기능도 장점

크롬에서 볼 수 없던 각종 편의 기능도 쓸 만했다. 영문 사이트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기존에는 별도 창을 열어 검색해야 했지만 웨일에서는 해당 단어를 마우스로 지정한 뒤 ‘퀵서치’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뜻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을 두 개로 분할해 새창이나 탭을 띄우지 않고도 동시에 다른 작업(옴니태스킹)을 할 수 있는 ‘웨일 스페이스’와 시계 계산기 메모장 등 자주 쓰는 기능을 한데 모아 놓은 ‘사이드바’도 유용했다.

자동 스크랩 기능인 ‘밸리’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기사나 글을 스크랩하고 싶을 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한 뒤 ‘밸리에 추가’만 누르면 뉴스 글 쇼핑 동영상 등 항목으로 정리돼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네이버 뉴스가 아닌 일반 언론사 홈페이지의 기사는 뉴스로 자동 분류가 되지 않아 불편했다.

구글 번역이나 포토 등 자주 쓰던 부가서비스가 웨일에서는 연동되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대신 파파고(번역) 클라우드(사진 저장) 등 네이버 자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약점이 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상반기에 다른 서비스 연동이 가능하도록 웨일 스토어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