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 기자의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 (2)] 생맥주와 병맥주는 다르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는 “마을 밖 10㎞를 벗어난 맥주는 맥주가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 유통과정에서 맛이 변질되기 때문에 생긴 속담인 듯하다. 그만큼 맥주 맛은 생산 못지않게 유통과정의 영향을 받는다.

“병맥주보다 생맥주의 맛이 뛰어나다”는 속설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났다. 생맥주는 생산한 지 얼마 안 된 맥주를 곧바로 케그(keg: 맥주 저장용 통)에 담아 가져오지만 병맥주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열처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호프집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이런 통념과 달리 병맥주와 차이가 전혀 없다. 양조기술이 발달해 병맥주와 생맥주 구분 없이 비열처리 맥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생산공정을 거친 뒤 마지막 포장 단계에서 병에 담으면 병맥주, 생맥주 통에 담으면 생맥주가 된다. 1993년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초 비열처리 맥주인 ‘하이트’를 내놓았다. ‘끓이지 않은 맥주’임을 강조했다. 이후 병맥주와 생맥주 맛의 차이는 사라졌다.

과거에는 차이가 있었다. 생맥주는 원래 열처리를 하지 않은 양조 상태 그대로의 맥주를 말한다. 농촌진흥청은 생맥주를 ‘가열 및 살균되지 않은 맥주’라고 정의한다. 맥아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긴 효모와 효소가 그대로 살아 있어 맥주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생맥주의 최대 장점이었다. 그러나 살균하지 않은 생맥주의 유통기한은 길지 않다. 살아 있는 효모는 시간이 지나면 지속적으로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에 맥주 맛을 변질시킨다. 만약 열처리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생맥주를 유통하려면 냉장장치가 필요한데 이는 큰 비용이 든다. 갓 만들어진 맥주의 풍미를 다소 잃더라도 열을 이용해 살균하는 이유다. 지금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열은 쓰지 않고 살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도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마실 때의 맥주 온도, 제조일자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맥주 저장기간은 동일한 회사의 같은 맥주라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생맥주는 맥주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액화탄산가스가 첨가되기 때문에 병맥주에 비해 톡 쏘는 맛이 더 강하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