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 침체속 벌크선만 '나홀로 기지개'
글로벌 해운업황이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벌크선이 ‘나 홀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벌크선은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나르는 선박이다. 벌크선 업황은 지난해 상반기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가 최근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추세다.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해운업 관련 주가가 오르는 것도 벌크선 업황이 좋아진 덕분이다. 해운업계에선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벌크선 업황 개선이 해운업계 분위기 전반을 살리는 촉매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바닥 찍고 다시 오른 BDI

블룸버그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대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7일 1196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 수준인 291까지 떨어진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312.4% 상승했다. 벌크선 시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BDI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BDI는 2008년 5월 11,793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급격히 추락했다. 이후 물동량 감소와 벌크선 공급 과잉, 운임 하락 등이 이어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하락세가 멈춘 것은 오랜 기간 계속된 불황 탓에 지난해를 기점으로 파산하거나 공급을 줄인 벌크선사가 많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업체가 파산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완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지난해 자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수입량을 늘리면서 물동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 교역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원자재시장이 활성화되면 벌크선사는 물동량을 늘릴 수 있고 운임까지 높게 받을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벌크선사의 실적은 기대해볼 만하다”며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 회복세 내년까지 계속

벌크선 업황 회복세는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해운업계에선 내년까지는 벌크선 업황이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5년과 지난해 어려운 업황 탓에 벌크선 발주가 저조해서 올해나 내년에 넘겨받을 선박이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통 벌크선사는 발주 시점으로부터 2년 뒤 선박을 인수한다.

글로벌 해운분석 업체인 클락슨은 올해 평균 BDI를 924로 전망했다. 지난해 평균 BDI(626)에 비하면 47.6%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올해 평균 BDI는 900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사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벌크선사들이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팬오션 대한해운 KSS해운 등 국내 주요 벌크선사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이런 회복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팬오션의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1679억원)보다 30% 이상 증가한 2200억원대로 보고 있다. 대한해운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7%가량 늘어나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해운이 기초 경쟁력을 높일 방안으로 벌크선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년 운송 계약을 맺는 컨테이너선사와 달리 벌크선사는 계약 기간이 5년 안팎으로 길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지난달 28일 세계 최대 펄프업체 피브리아와 7200억원 규모의 펄프 운송 계약을 했다. 팬오션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도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