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면서 관련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화성(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파주(LG디스플레이 공장), 충남 아산(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충북 청주(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의 지역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 1등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축복'…평택·파주·아산 춤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출 호조가 지방의 건설·서비스업 등 내수경기에 군불을 지피는 ‘낙수(trickle down)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2015년 이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는 75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짓고 있다. 모두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제품이다.

공장이 건설되는 평택 화성 파주 아산 청주 등 5개 도시는 말 그대로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 신축현장에는 하루 1만5000~2만명이 일한다. LG디스플레이의 파주공장 증설에 들어가는 철근은 123층 높이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1.5배 많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일용직부터 장비 제작 기능직까지 관련 근로자 임금이 1년 전보다 최고 두 배까지 올랐다. 이상기 평택시 신성장사업과 팀장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중 상당수는 조선소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라며 “조선소 일감이 줄어든 충격을 반도체 공장 건설이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거주 수요로 인근 원룸과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같은 기간 1.5~2배 상승했다. 케이블 전선관 등 일부 건설자재 가격도 1.5배 올랐다. 평택에선 근로자를 공사 현장에서 시내까지 태워나르는 택시기사 수입이 50% 증가하는 등 편의점부터 식당까지 밑바닥 경기가 들썩거리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대규모 공장 신·증설 투자가 부진한 내수경기에 불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