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장기 투자의 마법'…4~5년 기다리면 예금·채권보다 수익률 높아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해요. 운이 없는 투자자라고 해도 4~5년 버티면 돈을 버는 게 주식시장입니다.”(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사장)

주식의 높은 기대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는 변동성에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덜컥 주식을 샀다간 손실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심리가 작동한다.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 재료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많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변동성에 대한 공포를 이기기 위해 단기 매매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장기투자뿐이라고 강조한다.

◆주가 오르는 날 많지 않지만…

삼성자산운용이 1980년부터 상장사 주가변화 데이터로 시행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투자 기간을 1년으로 잡고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산 투자자가 손실을 볼 확률은 37.8%에 달했다. 시장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 면에서 기관과 외국인에게 밀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쉽게 베팅하기 어려운 확률이다. 시간의 힘은 투자 기간이 5년 정도로 늘었을 때 나타난다. 이때가 되면 투자자가 손실을 볼 확률이 19.1%로 떨어진다. 20년이 흐르면 주식은 더 이상 위험자산이 아니다. 손실 확률은 불과 0.1%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장기 투자의 마법'…4~5년 기다리면 예금·채권보다 수익률 높아
장기투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가가 오르는 날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데 있다. 198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코스피지수 누적 수익률은 1926%에 달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상위 1%인 날을 빼고 계산하면 36년 누적 수익률은 -91.7%까지 곤두박질친다. 대부분 수익이 1년에 서너 번 찾아오는 특별한 날에 창출됐다는 얘기다.

미국의 데이터도 비슷하다. 194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S&P500지수 상승률은 1만8189%지만 주가가 크게 오른 1% 날을 뺀 수익률은 -80.4%였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오르는 시기를 정확히 맞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주식을 사서 꾸준히 들고 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기투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변동성 관리는 필요하다.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단순하면 ‘시간의 마법’이 쉽게 통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여러 종목을 섞어 변동성을 낮추거나 지수 연계 상품을 포함해 사라는 조언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10% 수준이라면 연간 기대수익률이 5%만 돼도 2년 내에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80~90%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후 안전자산으로는 매력적

[이제 다시 주식이다] '장기 투자의 마법'…4~5년 기다리면 예금·채권보다 수익률 높아
미국인의 금융투자상품 투자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배경엔 주식 장기 투자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가 기다리면 돈을 벌어줄 것이란 믿음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빼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미국인들은 가계 자산의 70%를 금융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62.2%)이나 영국(52.8%)도 비슷했다. 반면 한국은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6.9%에 불과했다. 금융자산에서 현금과 예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을 배제하면 이 비율은 한층 더 낮아진다. 한국인들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전체 자산의 17.0%를 넣는 데 그쳤다. 이 비율이 52.4%에 달하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위험자산을 멀리하는 투자 행태는 국민의 장기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미국 자산운용사 디멘셔널(DFA)에 따르면 1926년부터 90년 동안 미국의 물가는 13배 올랐다. 반면 주식의 몸값은 대형주가 5396배, 소형주는 1만6743배 뛰었다.

특히 노후 대비 수단인 연금엔 공격적으로 주식을 담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지난 10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연평균 7.47% 수익률을 기록한 미국 주식과 5.74%씩을 벌어준 해외 주식이 수익률 기여도 1~2위에 올라 있다. 류범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솔루션본부 부문장은 “은퇴까지 준비할 기간이 20~30년 남은 젊은 층이라면 주식 투자를 불안해하거나 멀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송형석/이현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