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이 17일 파주운정점에서 흑자전환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이 17일 파주운정점에서 흑자전환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년간 두 가지 일만 했습니다. 상품 수를 줄이고 고객에게 집중했습니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은 경영원칙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빼는 게 플러스’라는 ‘뺄셈경영’과 ‘고객에게 집중하자’는 ‘고집경영’이다. 작년 1월 홈플러스 대표로 취임해 2500억원 적자를 3100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PB상품까지 줄여

지난 17일 홈플러스 파주운정점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파주운정점은 국내 사모펀드 MBK가 2015년 10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문을 연 첫 매장이다. 김 사장이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쓴 핵심 점포다.

김 사장은 “대형마트는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고객이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직원들에게 수천 번 반복했다”고 했다. “처음엔 직원들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타난 변화를 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 후 물건 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매대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파주운정점이 대표적이다. 신규 점포임에도 면적은 6만5000㎡로 기존 마트의 평균(8만㎡)에 못 미친다. 하지만 점포는 다른 매장보다 넓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건 수를 기존 점포 대비 20% 줄이고 매대와 매대 사이 공간을 넓혔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매대를 치우자고 하면 직원들은 ‘매출이 준다’고 반대하지만 한 달 뒤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한다”며 “물건이 많은 것보다 소비자가 사고 싶은 물건을 적재적소에 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불필요한 자체상표(PB)를 모두 정리했더니 매출이 더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하라”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의 '뺄셈경영' "매대 빼고 상품 수 줄였더니 손님 더 오더라"
다음은 ‘고집경영’이었다. 고객 중심으로 모든 걸 바꾸는 원칙이다. 그는 “고객이 고개를 들어야만 물건을 볼 수 있게 배치한 이유가 뭔지, 왜 유아완구가 아이들 키보다 1m 높은 곳에 있는지를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 갔다.

소비자 분석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월소득 얼마 이상의 소비자가 파주운정점을 찾는다’ 같은 하나 마나 한 얘기를 집어치웠다. 누가, 어느 시간에, 왜 와서, 무엇을 소비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김 사장은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트를 찾는 고객이 많았다”며 “파주운정점은 유모차를 편하게 끌 수 있을 정도로 복도와 아동 매장을 넓히고 문화센터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노후화된 점포를 중심으로 전국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규제로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점포를 현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신선식품으로 승부수”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상권 특성에 따라 프리미엄 매장, 신선 중심 매장, 일반 매장 등 다섯 종류로 나눠 상품 구색을 달리했다. 일반 주택가 근처엔 신선식품을, 원룸이 모여 있는 곳엔 가정간편식을 강화하는 식이다.

김 사장은 “영업규제 등으로 다른 SSM들의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SSM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3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세 가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선식품과 단독상품, 온라인이 그것이다. 이 중 신선식품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신선식품만은 직접 보고 고르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김 사장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대해 “고객 신뢰가 중요한 유통업 속성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도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매각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김 사장은 한국P&G 대표와 P&G 아세안 총괄사장을 거쳐 작년 1월 홈플러스에 합류했다.

파주=강영연/배정철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