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경신춘음악회’에서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소프라노 서활란이 아리아 ‘그리운 이름이여’를 부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경신춘음악회’에서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소프라노 서활란이 아리아 ‘그리운 이름이여’를 부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958개의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르간의 광대한 음량이 공연장에 쏟아졌다. 압도적인 파이프오르간의 등장에 이어 바이올린이 장엄하고 당당한 주제 선율을 연주하고 목관과 현악이 푸가 형식으로 순환하며 섬세한 흐름을 이어갔다. 오르간과 관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박진감 넘치는 음악을 이끌어갔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르가니스트 신동일과 함께 빚어내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2악장 2부는 트롬본의 힘찬 팡파르와 함께 절정으로 치달아갔다. 오르간과 모든 관현악 악기가 일제히 뿜어내는 C장조의 웅장한 피날레로 연주가 끝나자 숨죽이던 객석에선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봄밤을 적신 아리아의 선율

17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경신춘음악회’에서는 봄날을 적시는 싱그러운 클래식 선율이 쉼 없이 울려 퍼졌다. 한경필은 오르간 관현악부터 클래식 기타 협연, 오페라 아리아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공연은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으로 막을 열었다. 베를리오즈 특유의 현란함이 가미된 춤곡으로 공연장은 단숨에 뜨겁고 화려하게 달아올랐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인 소프라노 서활란과 베이스바리톤 전태현이 무대에 올라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선보였다. 먼저 서활란이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이여’, 도니제티의 ‘샤모니의 린다’ 중 ‘오 영혼의 빛이여’를 들려줬다. 서활란은 사랑에 대한 설렘과 환희의 감정을 섬세한 고음으로 표현했다.

전태현은 익살스럽고도 유쾌한 아리아를 선보였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험담은 산들바람처럼’을 다양한 표정 연기를 곁들이며 빠른 박자로 신나게 소화했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들어봐요 들어봐요 시골양반들’을 한국어로 바꿔 부르며 객석을 사로잡았다. 순진한 마을사람들에게 가짜 약을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처럼 실제로 비타민 드링크를 들고 나와 관객에게 나눠주자 객석에선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경필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

2부에선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한경필과 함께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박종호는 집시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표현한 작품의 기타 선율을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으로 표현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공연의 압권은 단연 파이프오르간의 마지막 무대였다. 국내 클래식 전용홀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롯데콘서트홀 무대인 만큼 금 감독은 특별히 생상스의 곡을 골랐다. 금 감독은 “생상스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곡은 교향곡에 오르간이 들어간 보기 드문 작품”이라며 “봄을 맞아 관객들에게 힘차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앙코르곡으로 금 감독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한 젊은 작곡가에게 의뢰한 새로운 곡을 들고 나왔다. 피콜로의 산뜻한 주제선율이 이끄는 3분 남짓의 짧은 관현악곡은 새봄을 노래하듯 생동감이 넘쳤다. 경기 고양에서 공연을 관람하러 온 한 관객은 “일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오르간 교향곡과 클래식 기타 협연을 한자리에서 감상한 색다른 무대였다”며 “앙코르곡에서도 다양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경필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연엔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동철 에쓰오일 사장, 윤경희 CD&R코리아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희경/선한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