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모바일 메신저 회사 스냅(Snap)의 주식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스냅은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만 투자자에게 발행했다. 이에 기관투자가들이 스냅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지수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포함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스 인 월드] 스냅의 이색적 기업공개
의결권 없어도 10배 수요 몰려

스냅이 IPO를 하면서 발행한 2억주의 신주(新株)는 모두 의결권이 없는 A주다. 에번 스피걸과 보비 머피 두 공동 창업자는 주당 10표의 의결권이 있는 C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의결권은 90%에 달한다. 초기 투자자와 직원들에게는 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는 B주식이 배정됐다. 스냅은 두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뒤 C주식이 자동으로 B주식으로 바뀌도록 했다. 두 사람의 경영권과 의결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이 때문에 IPO 과정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누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사려 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스냅의 IPO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요가 발행 물량보다 열 배 이상 몰리면서 스냅 공모가는 주당 17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측이 목표로 한 14~16달러를 웃돌았다. 상장 첫날 스냅 주가는 24.48달러로 공모가 대비 44% 상승 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경영권 간섭 못해

[뉴스 인 월드] 스냅의 이색적 기업공개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S&P다우존스와 MSCI 측에 스냅을 지수에 편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스냅이 의결권 없는 주식만 공모해 기관투자가가 스냅의 경영 전략이나 임원 임금 등에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이미 보러스 미국 기관투자가협회(CII) 부회장은 “스냅은 기업을 공개했다고 하지만 일반 주주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앞으로 스냅과 같은 방식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도록 이번주 S&P, MSCI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블리처 S&P지수 대표 겸 지수산정위원회 위원장은 “통상 기업공개를 한 기업은 6~12개월까지는 지수에 신규 편입하지 않는다”며 “향후 스냅의 기업지배 구조를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가 투표하느냐가 이슈”라면서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SCI 측도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다른 IT 기업은 차등의결권 도입

미국에서 IPO를 하면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스냅이 처음이다.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가 자신의 지분율을 희석시키지 않고도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주식을 A형과 B형으로 나눴다. A형은 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밋 등 공동 창업자들이 보유한 B형의 의결권은 A형의 10배에 이른다. 페이스북 역시 A주와 B주로 발행됐다. B주에는 주당 10표의 의결권이 주어졌다. B주는 저커버그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주요 임원이 갖고 있다. 저커버그는 B주의 8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강동균 한국경제신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