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중앙은행(Fed)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상해 연 0.75~1%로 확정했다. 예견된 금리 인상이다. Fed는 이날 동시에 발표한 정책 금리 전망에서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 금리 인상이 6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제전문가가 69.5%에 이른다는 것도 놀랍지 않다. 트럼프 등장 이전부터 예고돼 오던 미국 경기흐름이다. 10년 동안 세계 금융가를 관통한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이 정상궤도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3년간 연 3회씩 인상해 장기 중립목표인 3%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FOMC 이사들의 종합적인 정책 방향 또한 충분히 통화이론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이다. 금리 인상의 기준인 고용과 물가가 모두 목표치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률은 4.7%로 낮아지면서 역사적 완전 고용수준이다. 소비물가(PCE) 지수는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1.9 %까지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 목표치(2%)에 불과 0.1%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감세와 대형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면 오히려 인플레 압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 재정 확장이 현실화되고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 인상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 이미 물가 목표치를 넘어섰고 일본도 물가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금리가 역전될지도 모른다. 자본 유출 가능성도 지적된다. 부채가 많은 가계 부담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개방경제의 통화정책은 늘 이런 모순에 부딪힌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호전은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어제 유가증권시장이 17.08포인트 오른 것은 이런 기대감에서였다.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에 비해 11원60전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을 놓고 호들갑을 떨 때는 지났다. 지난 십여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디플레이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해주는 나팔소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