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지원 없다→'테이블데스' 막자…대우조선 살리기 '6조 딜레마'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추가 자금 지원안을 오는 23일 내놓는다. 정부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더 이상의 국민 혈세 지원은 없다”고 했지만 추가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원 규모는 신규 유동성 자금 3조원과 채권은행 출자전환 3조원 등 최대 6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1) 추가 지원 규모 최대 6조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대우조선에 추가 자금을 넣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사정은 악화일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1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2700%대다. 지난해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해준 지 석 달도 안 돼 다시 자본이 바닥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유동성 자금도 태부족이다. 실사를 진행 중인 삼정KPMG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내년 말까지 줄잡아 2조5000억원에서 최대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액 1조3500억원을 포함하면 최대 5조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신규 수주가 잘돼 선수금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수주 가뭄을 감안할 때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지원 없다→'테이블데스' 막자…대우조선 살리기 '6조 딜레마'
(2) 채무재조정 동의가 관건

추가 자금 지원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정부는 시중은행 대우조선 여신(대출+보증)을 2015년 6월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에서 손을 빼고 국책은행만 책임지는 지원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4월부터 대출과 보증(선수금환급보증)을 대폭 줄였다.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여신은 2015년 말 4조6000억원에서 지난 2월 2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내건 두 번째 조건은 회사채 투자자들이 상환유예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대우조선 회사채는 1조3500억원이다. 당장 다음달 21일 4400억원의 만기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4월 만기 회사채는 산은·수은의 단기대출금과 최근 신규 수주에 따른 선수금, 서울 당산동 사옥 매각대금으로 갚을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신규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다음달 중순께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상환유예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가운데 70%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가 보유 중이다. 개인투자자 보유분은 30% 남짓이다.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대우조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3) 정치권 동의 등 곳곳에 난관

이 같은 계획에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시중은행이 추가 출자전환, 대우조선 여신 확대에 동의할지가 미지수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여신건전성을 ‘요주의’로 낮춘 만큼 대출·보증을 늘리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출자전환은 이사회 통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이 안 될 경우 가능한 선택지는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이다. 자율협약은 시중은행의 채무재조정을 이끌어낼 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수주계약 취소 위험은 작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대우조선 회사채는 사채권자 집회를 거쳐야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순간 해외 선주사로부터 발주 취소와 RG콜(선수금 환급 요청)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수주잔량이 308억달러(108척)인데 이 가운데 10%만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대우조선은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의 동의도 큰 변수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 지원안을 마련해도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반대하면 그 순간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안대규/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