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규제완화 외치지만 '규제 관성' 못 버리는 금감원
“이자를 덜 줬다는 점에서 상품 경쟁력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비도덕적인 행위는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의 연금저축보험 배당금 축소지급 여부를 조사한다는 소식에 보험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조사 중인 연금저축보험은 보험사들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판매한 유배당 상품이다. 유배당 상품은 적립금에 예정이율을 붙여줄 뿐 아니라 자산운용수익률에 따른 배당금까지 더하는 구조다.

배당금 이자는 예정이율에 자산운용수익률을 더해 계산하는데, 일부 보험사는 금리 하락분을 배당금 이자에 반영했다. 금리 인하 폭이 클 때는 예정이율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적어도 예정이율만큼은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우선 배당금에 대한 이자 부분은 소비자가 상품 경쟁력 차원에서 따져야 하는 것이지, 금감원이 간섭할 영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해당 상품의 약관엔 배당금 이자, 즉 ‘배당부리이율’은 회사가 정한 이율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독규정에 배당부리이율을 직전연도 공시이율 이상 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 같은 최저치에 대한 규정도 2003년에서야 생겼다.

금감원의 뒷북 규제 또한 도마에 올랐다. 만일 연금저축보험 배당금의 이자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지금까지 방치한 감독당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게다가 이 상품이 시중에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이 많아 모든 약관을 일일이 조사하기 힘들다는 변명을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자살보험금 지급 건에서도 보험사에만 책임을 물었을 뿐 감독소홀 부분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금저축보험 관련 조사는 최근 사후감리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통해 상품 개발과 관련한 사전신고를 원칙적으로 폐지했다. 사전 규제를 사후감독으로 전환한 것은 보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다양한 보험상품이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밖으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내부에선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관성이 남아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