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시대 스펙 경쟁에…고교 인기 동아리 '바늘구멍'
올해 서울 양천구의 A고등학교에 입학한 강모양(16)은 지난주 학교 창업동아리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서류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했지만 2학년 선배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면접만 이틀을 봐야 한다”며 거절했다. 강양은 “지금까지 동아리 네 곳에 지원했는데 모두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3월 개학 시즌만 되면 고등학교 교정은 동아리 가입 경쟁으로 뜨겁다. 서류 전형은 물론 면접까지 치르는 동아리가 있을 정도다.

대학 입학을 좌우할 생활기록부를 화려하게 채우기 위해 벌어지는 일로, 교육부가 생활기록부에 교외상 수상 경력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데 따른 일종의 ‘풍선 효과’다.

학생들이 주로 몰리는 건 승무원동아리, 교사동아리 등 특정 학과 입시에 유리한 동아리들이다. A고교에 재학 중인 진모양(18)은 14일 “지난해 의학동아리 신입 부원 10명을 뽑는데 40명 넘게 몰려 다섯 시간 동안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동아리 가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갑질 면접’까지 생겨나고 있다. 강남구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이모양(17)은 지난해 경제동아리 면접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면접담당자 역할을 맡은 2학년 선배들로부터 “함께 면접을 보는 지원자 중 떨어뜨려야 할 사람을 지목하고 이유를 말해봐라”, “동아리 가입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춤을 춰봐라” 등의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

일부 동아리는 부원 모집 공고에 “빵빵한 생기부(생활기록부) 보장”, “생기부 채우는 데 유리해 학생부종합전형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 등의 문구를 넣고 홍보 활동도 벌인다.

고교 2학년인 한모양(17)은 “매년 3월 1학년 교실을 돌면서 동아리 홍보를 하는 게 전통”이라며 “여러 말을 하는 것보다 ‘생기부를 얼마나 채울 수 있는 동아리인지’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 선배들의 생기부를 복사해 나눠줬다”고 말했다.

함승환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인 동시에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학생들이 동아리를 입시 도구로만 여기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