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처리 요건 '5분의3→과반' 완화안 부상…20일 회동부터 본격 논의
민주·바른정당·국민의당 모두 찬성…"아무 것 못하는 상태 벗어나야"
한국당 "민주당이 여당할 것 같으니 개정론 제기…차분히 따져봐야"


정치권에서 국회 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진화법은 국회 내의 대립과 갈등과 막고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기 위해 2012년 5월부터 적용됐다.

여야 합의 없이 다수로 입법을 밀어붙이던 관행을 막고자 법안 통과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것이 그 핵심이다.

이에 따라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다수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소수당 의원들 간에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얻었으나 또다른 역작용을 낳았다.

주요 쟁점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해 국회에 그대로 묶여있는 '식물국회'가 들어선 것이다.

특히 '4당 체제'로 대변되는 다당제가 들어서면서 1당인 민주당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가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 "4당 시스템은 재앙"이라는 공개적 하소연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지속적으로 만지작거리는 등 여야 간에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 연출됐지만, 여대야소(與大野小)였던 19대 국회에선 반대하다가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 20대 국회 들어 개정을 주장한다는 비판 속에 과감하게 밀어붙이진 못 했다.

그러다 선진화법을 개정하되 적용 시기를 2020년에 출범하는 21대 국회로 하자는 절충안이 거론, 다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키운 야권으로서는 집권에 대비하더라도 마다할 필요가 없는 카드인 셈이다.

13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등 4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는 이처럼 21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다음 회동부터 본격 진행하기로 합의가 됐다.

본격 논의는 오는 20일 정례회동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회동에서 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주도한 바른정당이 내놓은 안은 쟁점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해 조속히 처리할 수 있는 의결정족수를 재적 5분의3인 180석에서 단수다수결인 150석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1대 국회부터 하자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별로 없다"며 "단순다수결로 돌리되 다만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일정한 시간, 냉각 기간을 가져보는 장치를 갖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해 다음 주 회동까지 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평소 다당제에서의 선진화법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일방통행을 막는 것은 좋은데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는 벗어나야 한다"며 "할 수만 있으면 언제라도 좋다"고 개정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부터 적용하면 야당도 태도가 바뀌었다는 비판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양당 체제가 아닌 다당제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취지가 맞지 않다.

국회가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해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고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당은 선진화법 개정 논의에 선뜻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국회의장-4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도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고 한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그런 측면에서 책임 있게 당론을 모아봐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원내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을 하다가 곧 여당을 할 것 같은 상황이라 선진화법 개정을 제기하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각 당의 이해득실을 떠나 차분하게 따져보는 게 맞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홍지인 배영경 류미나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