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국물도 없다…봄부터 '국물 없는 라면'전
라면업계가 때 이른 ‘국물 없는 라면’ 전쟁에 들어갔다. 스테디셀러 제품을 국물 없는 라면으로 바꿔 내놓기도 하고, 기존 제품의 양을 늘려 한정 판매를 시작한 회사도 있다. 비빔면, 볶음면, 짜장 라면 등의 성수기는 여름철이다. 보통 4~5월에 신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2~3월로 당겨졌다.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은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은 2012년 3139억원에서 지난해 5009억원으로 성장했다.

◆1~2개월 빨라진 신제품 출시

밀리면 국물도 없다…봄부터 '국물 없는 라면'전
오뚜기는 13일 함흥냉면 맛을 살린 신제품 ‘함흥비빔면’을 출시했다. 국내 라면 중 가장 얇은 1㎜의 극세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가늘고 탄력 있는 얇은 면발에 매콤, 새콤, 달콤한 액상소스, 겨자맛 참기름이 특징이다. 오뚜기는 기존 ‘메밀 비빔면’으로 비빔라면 시장에서 팔도, 농심에 이어 3위를 지키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빔면은 5월부터 매출이 늘기 시작해 6~8월에 판매량이 급증한다”며 “기존에 라면, 메밀면은 있었지만 함흥면은 없었기 때문에 냉면 전문점의 맛을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름 라면 시장의 강자인 팔도는 양을 20% 늘린 ‘팔도비빔면1.2’를 지난달 내놨다. 1000만개만 한정 판매하는 제품이다. 팔도는 작년에도 팔도비빔면 누적 판매량 10억개 돌파를 기념해 이 제품을 내놓았다. 당시 50일 만에 1000만개가 다 팔려 재출시하기도 했다. 김기홍 팔도 마케팅팀장은 “국물 없는 라면은 소비자들이 양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에 양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정판 판매를 포함해 올해 팔도비빔면 1억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빔면이냐, 볶음면이냐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볶음 너구리’를 앞세워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너구리는 농심이 1982년 첫선을 보인 스테디셀러. 이 제품을 중화풍 기름과 해물볶음스프에 볶아 만드는 볶음 라면으로 변형했다. 농심은 그동안 짜파게티, 짜왕 등 짜장라면 계열과 찰비빔면만 판매했다. 농심 관계자는 “너구리를 짜파게티와 함께 비빈 ‘짜파구리’, 신라면과 너구리가 만난 ‘신구리’ 등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변형해 조리한 라면이 꾸준한 인기를 끈 것이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농심은 찰비빔면, 드레싱누들 등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것과 함께 날씨도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봄이 한 달 정도로 짧아진 대신 무더위가 일찍 찾아올 거라는 예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지난해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도 라면업계를 자극했다. 불닭볶음면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행하면서 지난해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세 배 늘었다. 삼양은 지난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쿨불닭비빔면’을 지난달 정식 출시했다. 불닭볶음면의 브랜드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