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서비스로 48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한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
‘토스’ 서비스로 48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한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4800만달러(약 550억원)를 투자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이 회사는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약 3000억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페이팔, 괴물 스타트업 '토스'에 4800만달러 쏜다
특히 투자자 컨소시엄에 미국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페이팔이 참여했다. 페이팔은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한국 등 아시아 간편결제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는 은행 계좌를 등록해 두면 공인인증서 없이 몇 초 만에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의 규제 장벽을 ‘발상의 전환’으로 뛰어넘어 화제가 됐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는 자동이체를 신청한 기부금이 별도의 절차 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지난달까지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600만건과 누적 송금액 3조원을 돌파했다. 우리은행 씨티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과 협력을 맺었다. 한국은행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거래건수 기준)이 95%에 달한다.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한 곳은 페이팔, 베세머벤처스파트너스, 굿워터캐피털, 알토스벤처스, 파테크벤처스 등이다. 페이팔을 뺀 나머지는 모두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이다. 투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발행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지분 약 20%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감안하면 약 2억5000만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굿워터캐피털 창업자 에릭 킴은 “비바리퍼블리카가 가진 시장 선두적 위치와 전략에 큰 확신이 있다”며 “토스 서비스의 성장 속도를 볼 때 아시아의 핀테크 유니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에 페이팔이 포함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페이팔은 세계적으로 2억명의 순이용자를 확보한 간편결제 서비스 회사다. 페이팔은 2013년 9월 모바일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인 벤모(Venmo)를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벤모를 통한 결제금액은 18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선 모바일에 친숙한 20~30대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페이팔은 비바리퍼블리카 투자를 통해 벤모를 해외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토스와 벤모가 비슷한 서비스인 만큼 제휴를 통해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투자받은 돈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토스는 간편송금을 시작으로 통합 계좌조회 서비스, 신용관리 서비스 등을 추가해왔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넓혀 모든 금융사의 다양한 상품 중 사용자에게 최적인 상품을 토스에서 손쉽게 비교해 고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