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귀농부부 장영란·김광화 "쌀 한톨 뒤엔 벼꽃의 희생…우리를 살리는 꽃 알리고파"
벼꽃에는 꽃잎과 꽃받침이 없다. 껍질이 벌어지면 그 속에서 생식에 꼭 필요한 암술 수술 등이 나온다. 벼꽃이 이렇게 소박한 데는 나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식물은 꽃을 피우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벼는 이 에너지를 아껴 씨앗, 즉 곡식을 남긴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먹는 쌀 한 톨에 이런 벼꽃의 숨은 역할이 있는 것이다.

20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장영란(58)·김광화(60)씨 부부가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곡식과 채소 등의 꽃을 다룬 《밥꽃 마중》을 냈다. ‘밥꽃’은 우리 밥상에 매일같이 올라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식물의 꽃이라는 뜻으로 저자가 만든 말이다. 이들 부부는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고 싶은 마음”에 1998년 서울에서 전북 무주로 이사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귀농생활의 경험을 통해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숨쉬는 양념·밥상》 등 자연 먹거리에 대한 책을 내면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밥꽃 동영상을 제작해 크고 작은 모임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는 ‘밥꽃 상영회’를 열고 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귀농부부 장영란·김광화 "쌀 한톨 뒤엔 벼꽃의 희생…우리를 살리는 꽃 알리고파"
이 책에는 70여 가지 밥꽃의 생김새와 구조, 생식 방법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직접 찍은 사진도 풍성하게 실려 있다. 밥꽃 관찰을 위한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들은 “요즘 꽃이나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우리를 살리는 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이 작물을 수확한 뒤 밭을 갈아버리고 종자회사에서 육종한 씨앗을 사서 다시 심는 식으로 키우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이런 구조가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먹는 게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조차 잊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밥꽃에 대한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책에 ‘이론 공부’라는 난을 만들어 곡식과 채소의 식물학적 분류, 원산지 정보와 국내 도입 시기, 식물 용어 등을 정리해서 담은 이유다. 학계에서 통하는 이론을 갖추려는 게 아니라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에서 나온 지식 탐구다. 저자들은 “먹거리의 근원을 더듬어가다 보면 수박 원산지가 남아프리카이고 국내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왔다는 사실 등 뜻밖의 것을 알게 된다”며 “먹거리의 고향을 알게 되면 그걸 키울 때 물이 부족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지, 물을 주기적으로 줘야 하는지 등 환경적 요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440쪽, 1만7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