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이게 사드 찬반만의 문제인가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나섰다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뭘 하러 질질 끄나 싶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이은 잇단 미사일 발사로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놓였는데 말이다. 국회에서 논의하자, 다음 정권으로 넘기자는 주장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북의 위협보다 앞설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의 겁박과 보복 조치는 터무니없다. 중국에 사드는 사실 발등의 불이 아니다. 미국과의 상호신뢰 구축 과정에서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인 북한의 핵 위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한마디로 호들갑이다. 사드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판단하는 것부터 그렇다. 한국의 위기는 외면한 채 제집 걱정에만 집중하는 중국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사드가 미·중 핵 균형을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대적인 핵미사일 공격에는 방어할 능력이 없다. 미국 스스로 그렇게 실토한다. 탄도미사일방어계획(BMD)은 단지 미국 본토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에 대륙간탄도탄(ICBM)을 발사하더라도 성주에 배치될 사드로는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이나 태평양이 아니라 북극권을 관통하게 돼 있어서다. 지구가 둥근 탓이다. 중국은 그러나 이 얘기부터 믿질 않는다.

미국 군사력의 중국 접근을 차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방적이다. 사드는 탐지거리도 짧지만 탐지각도도 90도에 불과하다. 북한의 미사일은 탐지할지언정 중국 움직임은 거의 파악할 수 없다. 기우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과의 비대칭적 전력을 걱정해야 한다. 중국이 유사시 북한을 지원할 미사일은 500여기다. 게다가 탐지거리 5500㎞의 레이더가 배치돼 있고, 새로 배치한 레이더는 400~500㎞ 안의 미국 스텔스기 F-22, F-35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국에는 중국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한 나라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할 때는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중국이 이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면서 한 번이라도 한국에 괜찮은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중국은 그렇다 하자. 정작 답답한 건 중국의 강짜에 동조하는 한국의 야당이다. 국민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데도 제 입맛에 맞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특정 후보는 외교적으로 해결해 안보와 국익을 지켜낼 복안이 있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사드 반대를 정당화하려 든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정보가 없어 사건의 앞뒤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거나 상대방과 정보의 비대칭 관계가 형성됐을 때 취하는 태도다. 사드 배치는 정보의 부재나 비대칭성을 이유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울 사안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치적 판단이다. 정보는 이미 다 노출돼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웃 나라들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며 아시아에서의 지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센카쿠열도, 필리핀의 스카보로섬, 베트남의 파라셀제도 사태 등이 그런 경우다. 한국도 중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가 보복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은 언제든 한국과 갈등 관계를 만들려 들 것이다. 한국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드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중국의 패권주의, 한·미 동맹 등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가 자신의 안보관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허구의 논리 뒤에 감춘 채 표몰이에 골몰하고 있다. 작금의 결과를 과거 햇볕정책과 친중 외교 탓으로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재 태도만큼은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북핵의 공포에 떨고 있고, 기업들은 중국의 뭇매에 그로기 상태다.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복안이라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