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성능은 더 좋은데 반값"…AMD, 인텔 아성에 도전장
인텔이 독주하던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AMD가 내놓은 신제품 라이젠이 인텔의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도 높은 성능을 낸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만년 2인자’ 신세였던 AMD가 반격의 신호탄을 쏠지 주목받고 있다.

AMD가 지난 2일 내놓은 신제품 CPU 라이젠7 시리즈는 세 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329~499달러(약 41만9000~63만9000원)다.

회사 측은 제품 경쟁력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톰즈하드웨어가 진행한 성능 테스트에서 라이젠7 1800X(499달러)는 가격이 두 배 비싼 인텔의 코어 i7-6900K(1050달러)보다 3.2% 높은 점수(성능 비교프로그램 ‘시네벤치 R15’ 기준)를 얻었다. 이 매체는 “라이젠은 다중코어 작업에서 경쟁 제품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며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 더 높은 성능을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AMD는 라이젠을 통해 지난 10년간 이어진 부진 탈출을 노리고 있다. AMD는 애슬론을 흥행시키며 2006년 시장점유율을 48%까지 높여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1년 출시한 불도저 아키텍처(설계 방식) 기반 제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능으로 실패하면서 다시 추락했다.

AMD는 이후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반등 기회를 모색했다. 전설적인 CPU 설계 엔지니어인 짐 켈러를 영입해 5년간의 연구 끝에 라이젠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2011년부터 연구개발(R&D)비를 줄이면서 새로운 미세공정 도입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늦췄다”며 “인텔이 고삐를 늦춘 사이 AMD가 투자를 확대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라이젠 전용 PC 메인보드를 수입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예약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초기 물량이 모두 나갔고 2차 입고 예정 물량도 반 이상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2달러대에 불과하던 AMD 주가는 현재 13달러 안팎으로 1년간 여섯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라이젠이 흥행에 성공하면 인텔이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CPU 시장에 ‘치킨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텔의 독주 체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CPU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