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대졸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연세대 교정에 걸려 있는 현대차 모집공고를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공태윤 기자
상반기 대졸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연세대 교정에 걸려 있는 현대차 모집공고를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공태윤 기자
“지원하는 기업을 한 번이라도 갔다 와서 쓴 자기소개서는 내용이 달라요.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입사 제의가 오기 마련입니다.” 박원용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장은 ‘취업문 뚫는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 원장은 삼성, 3M 등에서 인사업무만 36년을 한 ‘채용 베테랑’이다.

“글로벌기업 입사를 희망한다면 영어와 글로벌 마인드가 학벌, 성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양미경 한성대 취·창업R&D센터 특임교수는 ‘글로벌 기업 취업전략’으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에이온휴잇 등 외국계 기업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사 전문가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하지만 각 대학의 취업센터장은 사교육으로 가지 말고 학교의 취업 프로그램을 믿고 계속 문을 두드리라고 말한다. 중앙대 인재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취업률은 66.9%였지만 미참여자는 52.7%로 무려 14.2%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상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열정있는’ 5개 대학의 취업센터장·팀장을 인터뷰했다.

“대학 4학년 땐 취업스킬 필요”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취업난일수록 대학 저학년 때부터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했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은 “1, 2학년 때는 진로탐색을 통해 미래 진로를 확정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며 “다양한 동아리, 학회, 여행을 통해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을 당부했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이라면 그동안 쌓은 자신만의 스펙을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맞게 포트폴리오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봉 건국대 취업센터장은 “고학년은 희망하는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시기기에 취업센터를 찾아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용 부산 동아대 취업지원실 팀장은 저학년이 목표 설정의 시기라면 고학년은 역량 개발의 시기라고 했다. “목표를 세웠다면 이공계는 전공능력 강화를 위해 현장실습, 실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인문계는 영어 외에 제2외국어로 무장할 필요가 있고요. 이력서 작성을 앞두고는 자기소개서 작성, 인적성 준비, 면접역량 등 스킬을 익혀야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상반기 취업 전략] "입사 희망기업 한 번이라도 다녀와라…자기소개서 질이 달라진다"
재학생, 졸업생, 취업자까지 멘토링

취업난에 대학취업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은 눈물겹다. 동아대는 공무원,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의 입사를 위한 직무 직종별 취업동아리를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인용 팀장은 “취업동아리 출신의 취업률은 80~90% 정도여서 취업동아리 입반 경쟁률이 4 대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취업동아리 교육과 운영은 모두 ‘실력파’ 동아대 취업지원실 직원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거의 매일 퇴근이 자정을 넘길 정도란다.

중앙대 다빈치인재개발원은 졸업자를 위해 중간·기말고사 기간을 활용해 취업 특강을 연다. 박 원장은 “취업준비생과 미취업 졸업생 그리고 입사 후 회사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방학에도 원장실에서 후배를 하루 10명 이상 상담하고 ‘번개 식사 미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취업이 힘든 인문계, 예술대 출신의 취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서강대는 ‘국제인문학부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계 기업 취업을 돕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를 위해 ‘우수 중견기업 탐방단’도 올해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이인용 팀장은 “취업률이 낮은 것은 관심 부족과 사전 진로설정 전략 부재 탓”이라며 “찾아가는 맞춤형 취업전략과 취업지도교수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진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 중기 지원한다면 인재 몰릴 것

취업센터장들은 구직자와 정부에 당부의 말도 남겼다. 양미경 교수는 “초봉보다 10년, 20년 뒤 자신의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될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박원용 원장은 “취업 준비를 위해선 날밤을 새우는데 정작 입사 후 월급 받으며 일하는 회사에서는 죽도록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며 “입사 후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봉 센터장은 “정부와 기업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위해 더 많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인용 팀장은 향후 2~3년 충원계획 공시제를 통해 학생들이 예측가능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업에 요구했다. 또 정부에는 단기적 청년일자리 정책보다 우수 중소·중견기업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면 우수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