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시계는 휴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끝내고 평의(재판관 전체회의)를 시작했지만 국회와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계속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양측은 선고 전까지 헌재 재판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서면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3·1절인 1일 헌재와 자택 등에서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의 결론 도출을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54분께 밀착 경호를 받으며 헌재로 출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 권한대행은 휴일에는 주로 오후에 나왔지만 이날은 오전에 나와 관련 서류를 검토했다. 나머지 재판관들은 자택에 머물며 탄핵심판 관련 기록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재판관들은 ‘서류 더미’ 속에서 상당한 피로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기록 5만페이지는 물론 각종 증인신문 자료, 양측이 제출한 준비서면 등 선고 전 검토할 서류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재판관들이 퇴근하면서 집에서 읽을 서류를 챙겨 나갈 정도다.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측은 변론 종결 이후에도 치열한 ‘서면 공방’을 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변론 종결 후 첫날인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대통령 대리인단이 의견서와 참고자료 2건을, 국회 소추위원단이 보충의견서 2건과 참고자료 4건을 각각 제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 사유가 대통령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 않고 국회의 의결 과정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금 모금 의혹과 관련해 기존 비영리 문화법인 설립과 기금운용 실태 등을 담은 참고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탄핵 사유와 관련한 언론보도 기사들을 참고자료로 냈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라는 판단에서다. 최종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주장한 내용을 반박하는 의견서도 함께 냈다. 국회 측 관계자는 “최종변론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사유에 대해 여러 해명을 했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기 위한 서면 자료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장외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조원룡, 서석구 변호사는 이날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연사로 나섰다. 국회 소추위원단 소속 일부 야당 의원들은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파면을 주장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