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와 금액 모두 전년에 비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에 해당하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은 2015년 344건에서 지난해 323건으로 6.1% 줄었고, 구조조정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계열사 간 기업결합 역시 190건에서 167건으로 12.1% 감소했다. 지난해 기업들이 인수나 구조조정에 그만큼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한정하면 이런 경향은 더욱 확연해진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은 지난해 93건에서 76건으로, 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57건에서 46건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인수 여력이 있다는 대기업조차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활발해야 할 기업 인수나 구조조정이 오히려 위축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공정위는 경기의 불확실성 부담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핵심 사업역량에만 집중한 점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런 해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상당한 법적 부담까지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한국의 기업환경이다. 그리고 이런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겉으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 등을 많이 인수해야 한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내부자 거래 엄단이니, 하도급 단속이니 하며 대기업이 계열사를 늘릴 수 없도록 모순적 규제 장치들을 잔뜩 만들어 놓고 있다. 심지어 케이블방송처럼 구조조정이 절실한 업종에서 인수합병을 희망하는데도 정부가 막아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 행정 부처는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공정위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가 그런 사례다. ‘원샷법’으로 불황업종에서 기업결합의 길이 열렸다지만 여전히 제약이 적지 않다. 더구나 노조가 저항하면 속수무책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경기 불확실성으로 사업확장을 자제한 결과로 해석하면 수긍은커녕 듣는 쪽에서 외려 화가 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