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항상소득과 일시소득
경제학에는 항상소득과 일시소득이라는 개념이 있다.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은 소득이 생기고 이런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를 한다. 그런데 편하게 소득이라고 말하더라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나는 매달 학교에서 정해진 월급을 받지만 그 외에도 책을 써서 인세를 받기도 하고 기업 특강으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 따르면 소득을 항상소득과 일시소득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내 경우 정년퇴직까지 매달 학교에서 받는 월급은 항상소득이다. 정기적이고 거의 확실하게 들어오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체 특강이나 책을 써서 받는 수입은 일시소득이다.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항상소득과 일시소득
그럼 경제활동 주체들은 소비할 때 어떤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답은 항상소득이다. 만일 예상치 못한 상여금을 받게 되면 이를 기회라고 생각해서 다 써버리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여금 같은 일시소득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소비란 건 한 번 맛들이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것인데 신기루 같은 일시소득을 기준으로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일화를 봐도 먹을 것이 풍부한 여름이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노래하며 노는 베짱이의 삶이 옳고 오히려 죽도록 일만 하는 개미의 삶이 틀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름에 풍부하게 널려 있는 먹이는 일시적인 소득이고 곧 다가올 겨울에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겨울까지 고려한 항상소득을 생각해서 먹이가 풍부한 여름에도 열심히 일하고 먹이를 저장하는 개미의 삶이 경제학적으로 정답이다.

우리 경제에서도 불과 10년 전 높은 이자율이 오래갈 것이라고 믿고 예금에 대해 장기 고정 이자를 보장했던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지금은 뜻밖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큰 손해를 보고 있으며, 조선 경기 호황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임금도 올리고 설비도 추가한 조선업계가 선박 수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일자리 마련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일할 젊은 사람이 넘치는 사회라는 반증이다. 오히려 곧 인구가 감소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시기가 오면 늘어난 노령인구를 줄어든 생산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겨울이 닥쳐온다. 한국 경제의 항상소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소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