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대선 구도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기각과 인용 모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서다.

여당은 탄핵 기각, 야당은 탄핵 인용을 주장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 하고, 현재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이 포진하고 있는 야권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권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지지율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주자가 안 보인다. 단기간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일거에 지지율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황 대행이 유력주자로 거론되지만 탄핵 땐 일정이 촉박해 대행직을 내려놓고 대선판에 뛰어들기가 여의치 않다.

기각 땐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에 복귀한다.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대선은 예정대로 12월에 치러진다. 현재의 대선 구도를 흔들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엔 기회, 지지율이 높은 야당 주자들에겐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른 분석도 있다. 거센 역풍이 대선판을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유한국당은 기각 땐 촛불시위 격화로 대선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촛불세력들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위기감을 느낀 야권이 ‘촛불’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뭉치면 야권 주자들의 입지를 더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극심한 시위로 박 대통령의 정상적 국정 운영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정국은 야권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용 땐 야권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는 시간문제일 수 있으나, 반대로 여권의 표 결집을 불러올 수도 있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한 한국당 의원은 28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뒤 박 대통령이 푸른색 수의를 입고,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간다면 여당에서 떠났던 ‘샤이 보수’ 등의 마음을 움직여 여당 지지율을 최소 10%포인트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으로 유리한 국면을 기대하던 야권 주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석좌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탄핵은 좌파세력에 집권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며 “좌파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패거리 권력만 생각한다고 국민은 여긴다”고 지적했다.

최근 범여권 일각에서 탄핵심판 결정 전 대통령 하야라는 정치적 해법이 제기된 것은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그 역풍이 대선에 어떤 방향으로 불어닥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