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허남식 전 부산시장(68)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왕해진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정도와 이에 따른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허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지난해 7월 엘시티 비리 수사를 본격화하고 나서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은 허전 시장이 처음이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허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전 시장은 선거 때마다 캠프에서 참모로 일한 고교 동기 이모(67·구속기소)씨를 통해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심사에서는 이 씨가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한 돈의 성격과 최종 목적지, 사용처, 돈이 오갈 때 엘시티 관련 청탁 여부, 이 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허 전 시장에게 알린 시점 등이 쟁점이었다.

검찰은 엘시티 이 회장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뇌물 명목으로 허 전 시장에게 전해달라는 뜻으로 '비선 참모'인 이 씨에게 3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허 전 시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당장 허 전 시장을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엘시티 이 회장에게서 3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이 씨 진술 외에 다른 뚜렷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엘시티 비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시점에 허 전 시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허 전 시장은 2004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0년 동안 3선 부산시장을 지냈고 지난해 6월부터 장관급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면밀하게 검토해 보강수사를 하고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은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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