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을 차치하고 정책만 놓고 보면 의외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18∼22일까지 미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는 44%에 그쳤고 48%는 반감을 나타냈다고 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정기간 허니문을 거치는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국정 전반에 대한 반감이 지지보다 4%포인트나 높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WSJ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반감이 지지보다 높은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하면서 반감이 지지보다 4%포인트 높아지기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2개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41개월이 각각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응답자들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경을 봉쇄하겠다고 했던 대선 과정에서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것을 좋게 평가했다.

반면 반감을 표출한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며 기질적으로도 괴팍하다고 주장했다.

작년 대선에서 기권했거나, 제3 후보를 지지했거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른바 '비판적인 중도'(critical middle)에서는 55%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했다.

이들 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좋게 평가했고, 초기 좌충우돌은 새 정부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47%가 반감, 43%가 호감이라고 답해 여전히 반감이 더 높았다.

집권 1개월 시점에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각각 19%, 23%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기드문 '밉상'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반감은 국정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적인 반감을 제쳐 놓고 오로지 정책만 놓고 물었을 때는 47%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세 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로널드 레이건·조지 H.W.부시·조지W.부시)중에서는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만 1991년 10월(50%)에 이보다 높은 정책 지지도를 기록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40%가 그렇다고 답해 2개월전(33%)보다 높아졌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도 2개월 전보다 4%포인트 올라간 60%로 조사됐다.

41%는 미국의 경제가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가운데 이렇게 답한 사람 중 73%는 트럼프 대통령이 펼칠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는)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됐느냐는 설문에서는 43%가 그렇다(손해였다 34%)고 답해 1999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이 확산하는 데 대해서도 의외로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드는 미국인이 많았다.

언론과 다른 엘리트 계층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과장하느냐는 설문에는 53%가 그렇다고 답해 동의하지 않은 45%보다 많았다.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냐는 질문에도 5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다는 답변은 4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