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 계열사별 일상적 행정업무 외에 국회 청와대 검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대관업무’도 손 떼기로 했다. 미래전략실의 인사 감사 홍보 법무 기획 등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각 계열사로 이관될 전망이다. 과거 그룹 비서실 때부터 한 군데서 해온 이런 총괄 기능의 변화는 다른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회청문회에 불려가고 검찰에 이어 특검수사까지 받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다. 오죽했으면 웬만한 대기업이면 당연한 일로 치는 대관업무 자체를 않겠다는 특단의 결정까지 했을까 싶다. 정경유착의 오해 고리조차 완전히 끊겠다는 의지겠지만, 정치권력에 당하는 한국 기업의 딱한 속사정이 그대로 엿보인다.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거대한 기업집단이 컨트롤타워를 해체한 뒤에 예상되는 온갖 애로들은 삼성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 쪽의 비합법적 로비도 물론 안 되겠지만 국회·정치권과 사법당국 등이 규제를 앞세워 기업의 약점을 후려치는 식의 겁박·탈취문화도 근절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다양한 직능단체들의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양성화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 대국회 입법활동과 대정부 행정요구 업무를 사전에 엄격하게 신고 또는 등록한 전문가들에게 투명하게 맡기면 음습한 정경유착의 적폐도 원천적으로 줄어든다. 로비라는 괴물을 양지로 끌어내 제도적·사회적 책임을 지우며 하나의 행정 비즈니스로 키울 시점이 딱 된 것이다.

로비활동의 법제화는 김영삼 정부 이후 무수한 논의와 함께 연구성과도 충분히 축적돼 있다. 로비활동이 합법화되면 정당과 국회에 사철 북적이는 ‘넥타이 부대’도, 국정감사장 주변의 고급승용차 행렬도 줄어들며 정치권이 가장 먼저 깨끗해질 것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수임내용을 투명하게 신고해 세금도 제대로 납부토록 하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진다.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재취업에 따른 ‘관피아’ 문제나 사법부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비리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 로비 양성화에 키를 쥔 국회와 법조계, 특히 율사 출신 의원들의 전향적인 접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