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정청탁 거부할 수 있게 반부패협의체 필요"
입테카르 자만 국제투명성기구(TI) 이사(사진)는 “기업, 정부, 정치권이 참여하는 다자간 반부패협의체를 조성해야 한국에서 부패를 추방할 수 있다”고 27일 강조했다.

자만 이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에 머물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TI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반부패운동 단체다. 이들은 매년 공공부문의 부패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53점으로 세계 176개국 중 52위에 그쳤다. 자만 이사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연 ‘페어플레이 반부패 서약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정치권이 부정청탁을 하면 기업들이 이에 순응하는 부패의 순환고리가 한국에 팽배하다”며 “부패의 수요와 공급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부정청탁을 거부할 수 있는 반부패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체를 통해서 개별 기업의 접대비 등 지출 내역과 공공부문의 부정청탁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부패를 근절할 수 있다”며 “공동협의체에 정부나 정치권 등 공공부문이 함께 참여하면 부패는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만 이사는 공공부문이 깨끗하다고 평가받는 나라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에 연루된 사람을 끝까지 처벌하는 법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통령 관련 부패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부패를 막는 법적·사회적 제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탄핵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