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2·3호 검사였던 황교안·홍준표…보수 '간판 대결' 펼치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1985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1년가량 함께 근무했다. 둘 다 첫 발령지였고, 황 대행이 1년 먼저 와 있었다. 당시 청주지검에 평검사 4명이 있었으며 사법시험 1년 선배인 황 대행(23회)이 2호, 홍 지사가 3호 검사로 불렸다.

이듬해 황 대행이 대전지검 홍성지청으로 가면서 헤어졌다. 각자 다른 길을 걷던 이들은 3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엔 대선 길목에서다. 홍 지사는 황 대행에 대해 “참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이다. 대통령을 하면 나라를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으나 두 사람이 출마한다면 적으로서 불꽃경쟁이 불가피하다.

◆수도권-동남풍 바람 기대

새누리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답답하다. 대선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은 넘쳐나지만 의미 있는 지지율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당이 ‘황교안-홍준표 경선 빅매치’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간 이유다.

홍 지사에 대해선 한국당뿐만 아니라 바른정당에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홍 지사가 우리 당과 함께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은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국정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확답은 미루고 있다. 홍 지사는 적극적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뒤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으나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언행은 이미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

판이한 성격과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붙는다면 당 대선 경선에 흥행이 일 것으로 한국당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26일 “황 대행이 수도권에서 보수 바람을, 홍 지사가 동남풍을 몰고 오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가세하면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중저음에 차분’ vs ‘직설적·공격적’

두 사람은 검사 시절부터 걸은 길이 달랐다. 황 대행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였다. ‘미스터(Mr.) 국보법’으로 불렸다. 김현희 KAL기 폭파, 임수경 밀입북,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수사했다.

홍 지사는 강력통이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업계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철언 당시 통일국민당 의원과 이건개 서울고검장 등 거물을 줄줄이 구속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 땐 폭력조직 소탕에 나서 ‘조폭 저승사자’로 불렸다.

황 대행은 부산·대구고검장, 법무부 장관 등을 거쳐 총리까지 올랐고, 홍 지사는 1995년 검사복을 벗고 이듬해 국회의원(서울 송파갑)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황 대행은 고교(경기고) 시절 조용하고 착한 모범생이었다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동창들은 전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특유의 중저음과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답변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만 교과서 국정화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적 질문에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대행은 2014년 법무부 장관 시절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임을 논리정연하게 변론, 해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 지사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의원 시절 저격수, 공격수, 계엄사령관, 홍반장 등 강경 이미지의 숱한 별명이 붙었다. 최근엔 거침없는 언행으로 ‘홍트럼프(홍준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라는 새 별칭을 얻었다. 상황 정리를 한두 단어로 압축해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최근 광장 시위를 ‘인민재판’, 보편적 복지를 ‘공산주의 배급제도’ 등으로 요약하기도 했다.

황 대행은 최근 여권 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면서 ‘보수 대망론’에 불을 지폈으나 권한대행이 출마하는 데 대한 비판적 여론이 부담이다. 홍 지사는 검찰, 4선 국회의원, 도지사 등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지만 강골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순화하는 게 과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