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 문정희(1947~ )

[이 아침의 시] 통역 - 문정희(1947~ )
깃털 하나가 허공에서 내려와
어깨를 툭! 건드린다
내 몸에서 감탄이 깨어난다

별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오래된 기억을 건드린다
물살을 슬쩍! 일으킨다

깃털과 별과
나 사이
통역이 필요 없다

그 의미를 묻지 않아도
서로 다 알아들었으니까

시집 《카르마의 바다》(문예중앙) 中

깃털이 내려와 어깨를 툭! 건드렸을 뿐인데, 순간 시인은 깃털이 건넨 말을 감지했나 봅니다. 몸에서 감탄이 깨어나게 한 깃털의 말! 별 하나도 내려와 말을 걸지만 사실 깃털과 별은 말소리가 없습니다. 침묵하는 듯이 보여도, 세상 모든 존재들이 가진 언어가 달라 보여도, 우주 만물은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깃털과 별과 나 사이에는 통역이 필요 없습니다. 느낌과 감각으로 그 의미를 서로 다 알아들었으니까요.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