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장도시' 넘어 '포용도시'로 진화해야
최근 청년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신풍조는 소위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로 사회 계급을 나누는데, 이 중 ‘흙수저’는 부모의 넉넉지 못한 형편과 어려운 상황으로 교육 등 전반적 분야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녀를 지칭한다. 취업, 결혼, 주택 마련, 육아 등 전 생애에 걸쳐 가난이 대물림되고 결국 사회에서 소외된다는 이 무거운 유행어는 경제적 양극화를 불러일으킨 현 도시의 자조적 풍자이기도 하다.

가파른 경제 성장 이면에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사회 도처에 팽배하면서 ‘공평하고 다양성이 보장받는 도시’에 대한 시대적 갈망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포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주택, 일자리, 교육, 문화, 서비스, 사회네트워크 등 도시 자원 배분의 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거 및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에 관한 유엔 회의(UN-Habitat)’ 제3차 세계총회에서 향후 20년을 이어갈 새로운 도시 의제로 채택한 아젠다도 ‘도시에 대한 권리에 기초한 포용 도시’였다. 이는 차별이 없고, 모두가 접근 가능하며, 모든 사람이 동시에 혜택을 고루 나누는 도시를 말한다. 즉 시민 참여가 보장되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됨은 물론 시민들이 도시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도시를 새로운 미래 방향으로 제안한 것이다.

기존의 ‘지속 가능한 도시’에서 진일보한 개념인 ‘포용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자리했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등 포용적인 도시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세계은행 역시 실질적인 빈곤 감소와 공평한 경제 인프라 배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 마련 등 포용 도시 관점에서의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중앙·지방·시민 간 다양한 협력적 구조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역시 선도적 대응을 위해 세종시 및 주변 지방자치단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장기 발전 방안 수립에 착수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산업경제, 관광문화, 교통, 사회통합 부문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사업을 발굴해 지역 간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또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여성, 장애인, 노인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해 여성친화 보행환경 조성, 무장애 설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계층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를 위해 주부모니터단, 시민기자단, 주민자문그룹 등을 구성운영하고 지속적인 도시 설명회를 개최해 도시 건설의 의미와 가치가 차별 없이 공유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제 도시는 포용적 성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가까운 미래의 도시 발전 주요 동력은 ‘포용에서 나오는 균형적 성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포용 도시 건설은 정부와 시민 간 다양한 협력체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도시 권리에 대한 튼튼한 제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민의 의사 참여가 보장될 때 양극화와 소외계층이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포용 도시는 완성될 것이다.

이충재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