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레이건 피격사건 후 처음…불명예 하야한 닉슨도 불참 전력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6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는 4월 29일로 예정된 "올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100년에 가까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경우는 딱 두 번에 불과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왼쪽 폐에 박힌 총탄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느라 부득이하게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만찬 행사장에 전화를 걸어 "여러분께 조언 한마디 하자면, 누군가 빨리 차에 타라고 하면 얼른 타도록 하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연설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다가 총격범의 총탄에 맞은 상황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어 "다음 기자회견을 고대한다.

여러분에게 물어볼 말이 많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보다 앞서 1972년에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불참하겠다고 '경고'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닉슨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폭격 작전 와중에도 언론사의 기사 마감 시간을 신경 쓰는 등 언론에 극도로 예민하게 굴었던 인물이다.

그는 이후 워싱턴포스트(WP)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탄핵 위기에 내몰려 1974년 불명예 하야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은 1921년부터 시작됐으며 1924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대통령과 언론이 소통을 이어가는 행사 역할을 했다.

매년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농담을 곁들인 연설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사회 각계 유명 인사들도 초청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기 이전에도 수차례 이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만찬 행사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비공식 브리핑 '프레스 개글'에 배제당한 CNN방송이 만찬 보이콧을 고려 중이며, 블룸버그 통신은 만찬 후 파티 주최 계획을 취소했다.

또 잡지 뉴요커와 배니티 페어가 만찬 협찬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행사 진행을 놓고는 언론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메이저 개릿 CBS 방송 백악관 선임 기자는 최근 WP 칼럼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에 진정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 행사는 오히려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