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총 3천100조원 늘고 시총 증가율은 러시아 18% 최고
불공정무역 주장 中 선전종합지수와 멕시코 IPC지수만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나타난 세계 증시 랠리로 글로벌 시가총액이 6천600조원이나 불어났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자산가격의 등락을 보면 미국주식은 물론 미국발 훈풍에 전 세계 주식자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세계 주요국의 대표 주가지수가 거의 상승한 가운데 중국 선전종합지수와 멕시코 IPC지수만 예외였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시가총액은 24일 현재 70조9천200억 달러로 미국 대선 전날인 작년 11월 7일 65조740억 달러에 비해 9.0% 불어났다.

증가액은 5조8천460억 달러(약 6천600조 원)나 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한국의 작년 명목 GDP 1조4천44억 달러의 4.2배에 달하는 액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몸집을 불린 것은 무려 17.9%(905억 달러) 늘어난 러시아증시다.

트럼프 행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러시아 정부와의 커넥션 의혹에 휘말렸다.

안보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따라 사퇴하는 등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23조7천422억 달러에서 26조5천2억 달러로 11.6%(2조7천580억 달러, 약 3천119조원) 불어났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로 불리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 기간 14% 뛰었다.

지난달 25일 20,000선을 처음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20,821까지 치고 올라갔다.

24일 현재까지 11일 연속으로 사상최고가를 깨면서 1897년 이후 120년 만에 가장 긴 상승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이 기간 무려 17%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증시가 미국 대선 당일에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5% 가까이 빠졌다가 그의 인프라 투자와 감세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 순식간에 하락 폭을 반납하면서 1% 상승 마감한 이후 전 세계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훈풍은 남미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영국증시의 시총은 트럼프 당선 이후 8.4%(2천484억 달러), 브라질 증시는 8.0%(615억 달러), 독일은 7.5%(1천356억 달러), 프랑스는 5.0%(934억 달러) 각각 불어났다.

아시아 증시도 몸집을 키웠다.

시총 증가폭은 홍콩증시가 7.3%(2천999억 달러), 한국 7.2%(900억 달러), 인도 6.1%(1천21억 달러), 일본 5.8%(2천970억 달러) 등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캠페인 시절부터 미국을 상대로 한 불공정무역으로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목한 중국과 멕시코는 예외였다.

중국증시 시총은 2.1%(1천388억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고, 멕시코 시총은 오히려 6.2%(220억 달러) 줄었다.

중국 선전종합지수와 멕시코 IPC 지수는 전세계 주요주가지수 가운데 예외적으로 하락했다.

중국 선전종합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3.2%, 멕시코 IPC 지수는 2.1% 각각 하락했다.

자산가격별로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트럼프의 당선이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작년 초부터 미국 대선 전까지와 미국 대선 이후 지난 18일까지 주요 자산별 수익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고,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상승 반전하면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자산지형도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당선 전 수익률이 하위였던 미국 S&P500지수와 중소형주는 당선 이후 수익률이 1∼2위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당선 전까지 무려 19.9% 상승하면서 유가를 빼면 수익률 1위를 달리던 금은 트럼프 당선 이후 3.3% 손실로 반전했다.

채권 수익률도 당선 전 5.0% 수익을 냈다가 당선 이후 1.7% 손실로 반전했다.

신흥시장 자산의 수익률은 당선 전 18.5%로 상위권이었지만 당선 이후 3.6%로 내려앉으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벤 칼슨 리솔츠(Ritholtz) 자산운용 기관자산운용부문장은 "투자자들은 어떨 때는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해 애꿎은 변명을 찾고, 어떨 때는 과도하게 희망적으로 정치적 변화에 반응한다"면서 "새 대통령 당선으로 지난 수개월간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