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롯데에 대한 보복은 양날의 검"…'사드 출구전략' 나서나
중국 관영언론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그룹에 대한 보복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던 강경 일변도의 논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논평을 통해 “롯데그룹이 한국 정부 방침에 따라 사드 부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언론들은 보복을 경고했다”며 “하지만 양국은 불가분의 교역관계에 있기 때문에 (롯데에 대한) 보복은 중국에 ‘양날의 검’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롯데가 중국에서 얻는 이익만 생각하고 (롯데 덕분에) 중국에서 생기는 일자리 등을 간과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을) 제재하면 이로 인한 중국 측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롯데가 중국에서 백화점, 슈퍼마켓, 쇼핑몰 등에 투자해 상당수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중국 내 120개 롯데마트는 매장당 평균 700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선양에 건설 중인 롯데테마파크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지역언론에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시행되면 중국은 한국의 보복 조치에 대비하고, 한국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양국 간의 날카로운 대립 뒤에서 제3자가 이득을 취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의 이 같은 주장은 환구시보 등 다른 중국 관영 언론들의 최근 보도방향과는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환구시보는 롯데그룹이 이르면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글로벌타임스, 환구시보 등의 논평과 사설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신중론이 제기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