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음을 움직이는 전달의 기술
어린 딸이 최근 감기로 곤욕을 치른 뒤 엄마는 시장에서 귤을 많이 사왔다. 귤이 감기 예방에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딸은 귤을 싫어하지만 ‘감기에 걸리기 싫다’는 마음도 있다. 이럴 때 엄마는 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귤을 더 먹어라” 하는 것은 ‘하수’다. 그보다는 “귤을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고 말해야 한다. 상대가 바라는 말을 해야 긍정적인 대답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일본에서 ‘대화의 신’으로 불리는 광고기획자 사사키 케이이치는 “상대가 싫어하는 점보다 좋아하는 점에 일치되는 말을 하면 긍정적 대답을 들을 가능성이 20~30%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인생이 바뀌는 말습관》은 그의 대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일본에서 78만부가 팔리며 3년 연속 비즈니스책 ‘톱10’에 뽑힌 베스트셀러 《전달의 기술》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자신이 18년 동안 말과 글로 먹고살면서 터득한 대화의 핵심 비법인 ‘말 조리법’을 비용과 노력, 시간을 가장 적게 들이며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풍부한 실제 사례와 독자가 직접 풀어볼 수 있는 연습문제도 실려 있다. 그는 “말 조리법만 제대로 알고 써먹을 수 있다면 누구나 대화의 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부정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 일곱 가지, ‘마음을 울리는 인상적인 말을 하는 방법’ 여덟 가지를 정리해 책에 담았다. 부정적 태도를 바꾸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선택의 자유 주기’는 강제로 시킨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다. 어린아이가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닐 경우 “신발 신어”라고 말하기보다 “파란 신발과 빨간 신발 중 어느 쪽이 좋아?”라고 물어보는 게 낫다. 회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회의에 참여하라”고 하는 대신 “회의 중 점심을 제공할 건데 소고기구이와 돈가스덮밥 중 어떤 걸 먹을 거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저자는 “양자택일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말 한마디로 인생의 변화를 겪은 많은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 저자가 찾아낸 전달의 기술 덕분이다. 취업 면접에서 극적으로 합격하고, 헤어질 뻔한 연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업체와의 미팅에서 어려운 계약 건을 성사시키고, 안 팔리던 상품의 매출을 10배나 껑충 뛰게 만든 사연 등이다. 저자는 “매일의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래서 상대방으로부터 ‘예스’라는 대답을 끌어내는 횟수가 많아진다면, 그런 일이 하루가 아니라 수년간 계속된다면 당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인생이 ‘말하는 대로’ 변하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