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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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좋아하시나요?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428잔이라고 합니다. 하루에 1.2잔 꼴이죠. 카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습니다. 과장을 좀 섞으면, 건물 하나 당 카페가 하나씩 있는 듯합니다.

커피 취향도 달라졌죠. 아메리카노와 드립 커피를 구분하지 못하던 게 일반적이었는데 어느새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소비자 입맛과 취향이 높아지니 이런 문제도 생깁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에스프레소 샷이동'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논란은 스타벅스에 방문한 고객의 요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에스프레소 샷 4개가 들어가는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 2잔을 시킨 고객이 한잔은 에스프레소 샷을 3개만 넣고 다른 커피에 5개를 넣어달라고 부탁한 거죠. 그러자 매장 직원은 "안된다"고 합니다.

화가 난 고객은 스타벅스 고객센터를 통해 '같은 분량의 에스프레소 샷을 단지 옮겨주는 게 왜 안되냐'고 물었습니다. 고객센터에서도 "레시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답했죠.

네티즌 사이에서는 "샷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닌데 옮겨줄 수 있지 않느냐"와 "아니다. 원칙이 있는 건데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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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측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왜 샷을 옮겨주는 서비스가 불가능한 건가요.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한 레시피가 있고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원하는 맛이 있기 때문에 레시피를 준수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샷을 팔고 거기에 물을 섞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노'라는 완성된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샷의 갯수로만 따질 수 없는 문제란 거죠.

고객이 스타벅스에서 원하는 맛과 품질이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레시피를 지킨다는 말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아메리카노를 사면서 '샷 몇 개를 샀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키면서 면과 양파, 홍합과 오징어를 따로따로 구매했다고 믿는 고객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대부분의 카페들은 샷이나 시럽, 드리즐 등을 추가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물론 추가금을 내야 하죠.

스타벅스의 경우 전용 앱에서 나만의 음료를 조합해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음료에서 샷을 하나 빼는 '연하게' 주문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샷을 뺀다고 가격을 할인해 주는 곳은 없지만요.

확고한 원칙으로 보였던 '레시피'가 이 때는 그저 '가이드라인'일 뿐입니다.

결국 이건 원칙의 문제라기보다는 맛을 위한 '레시피'와 고객 개개인의 만족을 위한 '서비스' 사이의 접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맞춤형 주문을 들어줄 수는 없겠죠. 그랬다가는 온갖 편법이 난무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그 어떤 추가 요청도 받지 않겠다'고 못박을 수도 없습니다.

이번 '샷이동' 논란의 경우 '샷추가'와 '연하게'라는 서비스가 이미 유·무료로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슈가 됐을 겁니다.

서비스에 절대적인 정답이 없는 것처럼 이번 논란도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기준을 고민하고, 다수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 갈 수 있다면 이런 문제 제기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죠.

이번 논란에 대한 스타벅스 측의 대답으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많은 고객분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스타벅스의 최소한의 운영 정책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어떻게 보완할 지 고민하겠습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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