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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프랑스 등 8개국 과학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연구진이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별 주변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외계행성 7개를 무더기로 찾아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고 39광년 떨어진 왜성 ‘트래피스트-1’ 주위를 돌고 있는 외계행성 7개를 발견하고 이들 행성이 지구처럼 지각과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외계 행성이 한 별 주위에서 7개나 발견된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많은 행성을 보유한 별은 HD10180로 모두 7개 행성이 주위를 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지구와 달리 가스로 가득찬 목성형 행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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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지난해 발견된 트래피스트-1에 행성이 있을 것으로 주목하고 미국이 우주궤도에 쏘아올린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영국 리버플망원경과 윌리엄허셜 망원경 등 7개 지상 망원경을 동원해 1333시간 동안 이 별을 지켜봤다. 트래피스트-1은 크기가 목성보다 조금 큰데 질량은 태양보다 80배 무겁다.
연구진은 트랜싯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이용해 이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았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끼어 들면 태양이 달에 가리는 일식이 일어나듯 먼 곳에 있는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이 있다면 별과 지구 사이에 행성이 끼어드는 일이 생긴다. 별과 외계행성은 먼곳에 있고 행성이 훨씬 작아 별빛이 가려지지는 않지만 별의 밝기가 줄어든다. 이렇게 외계행성이 앞쪽을 지나는 동안 별 밝기가 약해지는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행성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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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런 방법으로 트래피스트-1 주변에서 7개 외계행성을 찾았다. 이들 행성은 트래피스트-1과 거리에 따라 하루 반에서 13일 사이 공전 주기로 별 주변을 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들 중 안쪽의 6개 행성의 표면 온도가 0~100도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행성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바깥을 도는 7번째 행성도 지구처럼 내부에 열이 있어 표면은 아니지만 내부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연구진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3개 행성에는 지구처럼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와 그리 멀지 않은 별 주변에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이 예상외로 많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천문학자들 사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계행성 연구자들의 모임인 엑소플래닛오알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5454개로 이 가운데 2950개가 정식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가까운 외계 행성은 4.2광년 떨어진 알파센타우리B 별 주변에서 발견됐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변광천체그룹장은 “태양계는 지구처럼 물이 있는 행성이 달랑 한 개 밖에 없지만 트래피스트-1에는 무려 7개나 되는 행성이 지구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제2의 지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