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이 개인에 남긴 상처…조해진 씨 단편소설집 '빛의 호위' 출간
“네가 꼭 들어야 되는 거야. 그때 말이야, 우리 마을에 청년들이랑 경찰들이 떼로 와서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고 했잖아. (중략) 한겨울이었는데, 가는 길에 보니 개들은 시체를 먹고 사람들은 그 개를 잡아먹고 있더라.”(‘산책자의 행복’ 중)

이효석문학상(2016년), 젊은작가상(2014년), 신동엽문학상(2013년) 등 유명 문학상을 잇따라 받은 조해진 작가(사진)가 새 단편소설집 《빛의 호위》(창비)를 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한 작품 9편을 모았다.

그는 이번 책에서 국가의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산책자의 행복’에서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어머니는 딸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토로한다. 상처는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대물림된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딸은 인간관계의 온기를 통해 살아갈 힘을 낸다.

작가는 ‘빛의 호위’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존자고, 생존자는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수록작 ‘동쪽 伯(백)의 숲’에서는 이렇게 읊조린다. “당신의 신념은 나의 것이기도 하다. 개인은 세계에 앞서고, 세계는 우리의 상상을 억압할 수 없다.” 한기욱 문학평론가는 “역사에서 세계와 개인은 대립적인 관계에 놓이기 십상”이라면서도 “개인이 주체가 되는 순간 개인들 다수가 경이로운 빛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조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