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아가 운영하는 오사카 명문 골프 리조트인 레이크포레스트.
아코디아가 운영하는 오사카 명문 골프 리조트인 레이크포레스트.
마켓인사이트 2월22일 오전 4시3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일본 골프장 체인 1위 업체인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했다. MBK는 이 여세를 몰아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대 골프장 체인을 설립하는 데 나설 계획이다.

[마켓인사이트] MBK, 일본 1위 골프장 체인 '아코디아' 인수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일본 증권시장에서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아코디아골프 지분 100%를 853억엔(약 8600억원)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630억엔(약 6330억원)의 부채를 포함하면 거래 규모는 총 1조5000억원까지 불어난다.

MBK는 2014년 12월 다이와를 통해 아코디아골프 인수를 추진한 지 2년2개월 만에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난달 18일까지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 주식의 66.7%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였다. 인수금액은 주당 1210엔(약 1만2200원). 다음달에는 상장폐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이달 중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등 신속하게 조직을 장악해 나갈 계획이다. 코스관리나 골프장 리뉴얼 등을 통해 회사의 수익 상승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동시에 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코디아골프는 그동안 배당을 우선시하는 경영을 하다 보니 신규 투자에 소홀했다”며 “상장폐지가 결정된 만큼 배당으로 빠져나가던 자금을 코스 관리나 시설 재정비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는 아코디아골프 인수와 별도로 한국과 중국의 골프장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위탁 운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코디아골프의 운영 노하우를 한국과 중국 골프장에 이식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일본처럼 회원제 골프장들이 과다한 부채와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잠재 인수합병(M&A) 매물만 100여개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장업계 관계자는 “과거 골드만삭스가 일본 골프장을 차례로 인수해 아코디아골프를 만들었듯이 MBK도 아시아권 골프장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체인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MBK가 한국과 중국의 골프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코디아골프의 실적 향상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골프 인구 노령화에 따른 실적 하락세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궁극적으로 골프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중국인들을 아시아 역내 골프 체인에 머물게 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아코디아골프는 2003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세운 기업으로 현재 골프장 43개를 소유하고 93개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 아코디아골프를 일본 증시에 상장하면서 1차로 자금을 회수했고, 2011년에 잔여 주식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카지노업체 헤이와카지노가 최대주주에 올랐으나 2012년 경쟁 기업이던 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홀딩스가 적대적 M&A를 시도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 레노(Reno) 등의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백기사로 나서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동훈/김태호 기자 leedh@hankyung.com